갤러리 소헌&소헌컨템포러리 색면대화 전

입력 2018-12-06 10:25:33 수정 2018-12-06 19:58:31

디터 발저 작
디터 발저 작 'Manga'

임소아 작
임소아 작 '기억을 위하여'

'당신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바꿔 말해 '나란 존재는 무엇인가?'로도 대체될 수 있다. 또한 순수한 나 자신으로서의 존재를 사유하며 심연의 대화를 건네는 이 물음은 철학, 종교, 예술의 근본 질문이기도 하다.

갤러리소헌&소헌컨템포러리는 21일(금)까지 백진 이계원 임소아 하태임 디터 발저(Dieter Balzer) 등 5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색면대화'(色面對話)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나온 20여점의 작품들은 선과 면의 분할로 기하학적 형태를 이루고 동적인 선들로 면 위를 생동하며 '나'를 그려내고 있다. 색면과 색선들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아내고 정신과 사유를 표현하며 새로운 창조성을 더해 인간이란 존재의 성찰을 보여준다.

백진은 캔버스 위에 커다란 색면을 경계가 불분명한 선으로 가로지르고 차분한 붓 터치로 인상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그는 '나'란 존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지에 대한 사유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 인간의 일생, 나아가 인간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계원은 동질이형을 주제로 문화와 생활방식은 달라도 모든 존재는 태생적 근원이 같다는 생각을 철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많은 색면이 겹쳐지게 보이는 그의 작품은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원류를 표현하고 있으며 그 자체가 지나온 시대의 삶이며 자기성찰이다.

임소아는 삶에서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을 통해 인간 본연의 선(善)을 되돌아본다. 작가는 수직선, 수평선, 사각형을 이용해 기하학적 형태와 색채로 감정을 배제한 순수 감정만을 표현하고 있다. 마치 어둠이 걷히고 밝은 빛이 세상을 비출 때 느끼는 경외감을 화폭에 옮겨놓은 듯한 그의 작품은 삶의 풍요로움과 에너지, 기쁨을 추상화하고 있다.

하태임은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추상적 언어 메시지를 생동하는 컬러 밴드(색띠)로 표현하며 감상자와 소통한다. 자기수행을 하듯 투명함을 강조한 붓질을 계속하며 하나의 색띠를 완성하면 그 위에 다른 색띠를 다시 올리는 과정을 통해 갖가지 색채를 맑고 투명하게 처리하고 있다.

디터 발저는 완전한 대칭과 균일한 패턴 등 일반적인 방법을 벗어나 고정관념을 깨고 늘 새롭게 바라보는 작업을 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제각기 다른 형태와 색상을 지닌 유닛을 서로 교차하고 상호작용하게 만들어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허물고 독창적 작품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업이 마치 인간의 본성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이번 색면대화전은 시각적인 예술작품을 통해 '나'를 성찰하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문의 053)426-0621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