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직 정무 실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전 전 대통령은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온 한 전직 정무 실장을 앉혀 놓고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사람이 그리웠는지, 정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대화는 4시간을 넘겼다.
다행히도 전 전 대통령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 한참을 웃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인재 등용을 설명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사흘쯤 지났을 때부터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이어졌지. 그런데 한결같이 영어는 물론 독어·불어까지 섞어 가면서 자신들이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유식한 말로 보고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자네도 알다시피 평생 군대에만 있던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근엄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지. 그러다 한 보름쯤 지나니까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네.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만 끄덕인 것을 본 장·차관들이 앞다퉈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개각을 단행했네. 그런데 또 내가 어떻게 전문가들을 선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생각했네. '3심제'를 도입하자고. 요지는 이렇네. 과학기술 분야 장관의 경우 국내 최고 전문가 그룹에서 9명을 추천받고, 그 9명을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검증해 3배수로 압축하는 걸세. 또다시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최종 1명을 선정해 장관에 임명하는 거지. 발탁된 장관과 처음 만나서는 '나는 자네를 모르지만, 자네를 추천한 사람은 항상 자네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다만 모든 역량을 자네에게 몰아줄 테니 혹시나 내 이름을 팔면서 정책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시로 명단을 제출해 주시게. 바람막이가 돼줌세'라는 말을 힘주어 전했네."
정무 실장이 놀란 대목은 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무식함'을 드러냈고 이를 기꺼이 보완했다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에게 눈을 돌려보자. 최근 해외순방길에 오르면서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으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등 민감한 문제는 일절 질문받지 않았다.
대통령으로서의 독선인지, 전문가 그룹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후자이길 바랄 뿐이다. '국가 주요 정책도 영화 한 편 보고 뒤집어 버린다'는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이기에 후자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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