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 실업률이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미국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중장년층 경제활동인구 비중이 빠르게 상승한데다 최근 계속된 고용난까지 겹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통계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우리나라의 55~64세 실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p) 오른 3.0%로 같은 기간 미국(2.9%)의 실업률보다 0.1%p 높았다.
한국 중장년층 실업률이 미국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3분기~2001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2012년 기준 미국과 3%p대 격차를 보이던 우리나라 중장년층 실업률은 이후 격차가 점차 축소되다 올해 처음으로 미국 실업률을 넘어섰다.
청년층에 이어 중장년 실업률까지 미국을 추월하면서 전체 실업률도 역전될 상황에 놓였다. 3분기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미국(3.9%)의 턱밑까지 근접했다. 앞서 지난해 1분기 이미 미국을 추월한 우리나라 청년층(15~24세) 실업률이 7분기 째 고공행진을 하며 격차를 키우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머잖아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중장년층 실업률 악화는 경기 부진 영향으로 수년째 계속되는 고용난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20만~30만명 수준이었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올해 1분기 18만명으로 떨어진데 이어 2분기 10만1천명, 3분기 1만7천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조선·자동차 등 주력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부진과 최저임금 정책 등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하고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며 여전히 경제활동 의지를 가진 장년층이 늘어난 점도 실업률 지표를 나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업률이 경제활동인구 대비 실업자 수를 집계하는 만큼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늘면 실업률도 함께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분기 60세 이상 실업률은 2.3%로 전년 대비 0.1%p 올랐지만 고용률도 41.7%로 0.3%p 상승했다. 인구보다 취업자 수가 더 빠르게 늘면서 고용률과 실업률이 함께 늘어난 셈이다.
이를 이유로 이번 지표를 국내 노동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실업률은 경기 상황 외에도 경제활동 참가율 등 노동시장 성숙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성·노인의 경제활동이 활발하고 노동시장 규모가 큰 선진국일수록 개발도상국 등에 비해 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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