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난민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점차 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이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가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이다. 이곳은 중미 이민자 행렬(캐러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독설을 퍼부으며 강경 태세를 보이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 있다. 미국으로 진입하려는 캐러밴 행렬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와 필사적으로 미국행을 시도하는 이민자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 뒤흔드는 캐러밴
캐러밴은 영어로 '카라반'(caravan) 즉, 우리가 흔히 아는 '캠핑을 위한 이동식 주택'(캠핑카)을 뜻한다. 하지만 많은 우리나라 언론은 기존 캠핑카와 구별하기 위해 중미 이민자 행렬을 캐러밴으로 표기하고 있다. 캐러밴은 '대상'(隊商)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 과거 낙타나 말 등에 짐을 싣고 다니며 물건을 사고파는 상인의 집단인데, 도적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여서 다녔다. 각종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리를 이룬 캐러밴과 일맥상통하다.

미국으로 가려는 중미 이민자 행렬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들은 치안의 보호를 받지 못한 탓에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강도나 살인, 납치 등 범죄에 항상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무리를 지으면 이런 범죄에서 안전할 수 있고 국경에 배치된 경찰이나 군대 등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각종 사회단체나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기도 쉽고 국경을 넘는 대가로 브로커에 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모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캐러밴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데는 그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출발해, 멕시코와 미국 등으로 향하는 캐러밴이 계속 불어나고 있다. 현재 멕시코 티후아나 캠프촌과 멕시칼리 등에 모여 있는 캐러밴만 약 9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되자, 미국은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들에 대해 적대감을 표시하며 강경 대응을 하는 한편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invasion"이라며 이들의 행위를 '미국에 대한 침략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더니 11월 26일(현지 시간)에는 트위터에 "멕시코는 깃발을 흔드는 이주자들을 자국으로 되돌아가게 해야 한다. 그중 많은 사람은 범죄자들"이라며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국경을 영구적으로 폐쇄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국경 폐쇄'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민 것이다.

국경 지대 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11월 25일(현지 시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와 접한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약 500명의 캐러밴이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으려 하자, 미 국경순찰대가 최루가스와 고무총탄을 발사해 저지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미 국경순찰대가 최루가스를 어린이들에게 사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한때 국경지대 검문소의 차량과 보행자 통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가 몇 시간 뒤 해제하는 조치도 취했다.

가운데 낀 멕시코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멕시코는 사실 캐러밴 행렬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멕시코 정부 내에서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도움을 주자는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이 계속 되면서 캐러밴 행렬이 움직이는 루트에 군·경을 배치해 단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 중미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 절차에 들어갔다. 멕시코 이민청은 미 국경을 불법 침범한 중미 이민자 98명을 체포해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고 지난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민자들, 왜 험난한 이동 택하나?
최근 캐러밴 행렬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주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 사람들이다. 이들 국가는 나라가 매우 혼란스럽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세계 1, 2위 수준의 살인율을 다툴 정도로 악명이 높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에서 신생 갱단이 성행하면서 일반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독재나 부패 정부와 반군의 활동으로 사회가 혼란한 데다 갱단까지 활개를 치면서 시민들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캐러밴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동네에서 마음 놓고 길거리를 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엉망이다.
엘살바도르 연방 조사 당국에 따르면 유력 신생 갱단인 '엠에스(MS)-13'와 '바리오 18'에 소속된 단원 수는 6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반인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연간 2천만 달러(약 224억8천만원)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반면 엘살바도르 국민 중 3분의 1은 하루 5.50달러도 벌지 못하는 빈곤에 시달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은 갱단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는 사실상 갱단을 방치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정치인은 집회나 유세를 할 경우 해당 구역 갱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다. 마우리시오 라미레즈 란다베르데 엘살바도르 치안법무부 장관은 "도저히 어디까지가 국가이고 어디부터가 갱단의 영역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들어 폭우로 인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결국 부패한 정부의 비호를 받을 수 없는 가난, 갱단이 활개치는 동네에 살 수밖에 없는 가난, 천재지변으로 인한 큰 피해를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가난이 이들을 캐러밴 행렬에 참여하도록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캐러밴이 급증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강경한 반(反) 이민정책을 펼치며 틈틈이 캐러밴을 언급했고, 미국과 멕시코 사이 국경 장벽을 만들기 위한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포를 끌어낸 면도 있다. 얼마 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전에는 표심을 의식해 캐러밴에 대해 더욱 자극적인 단어를 써서 세상에 크게 알려졌다.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캐러밴을 몰랐던 중미 이민자들도 이 행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과 추방 조치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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