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 하정우-송강호, 연말 극장가 격돌

입력 2018-11-28 11:49:05

하정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하정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PMC: 더 벙커'가 12월말 개봉한다.

영화계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주력작품을 한 편씩 꺼내 홍보전에 돌입했다. 김혜수와 유아인이 주연으로 출연한 '국가부도의 날'이 12월의 초입, 11월 마지막 주에 먼저 관객맞이를 했다. 이어 송강호 주연작 '마약왕'과 하정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PMC : 더 벙커'가 개봉일을 확정한 후 예고편 등을 공개하며 벌써부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을 얻고 있는 두 편의 기대작이다. 그 외에도 장이모우 감독의 '삼국-무영자', 아이돌스타 도경수가 출연하는 '스윙키즈', 공효진을 내세운 스릴러 '도어락', DC코믹스 라인의 슈퍼히어로물 '아쿠아맨' 등이 이미 대기표를 뽑아들고 스크린에 올라갈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 톱스타 송강호와 하정우의 격돌만으로도 오랜만에 극장가 분위기가 뜨거워지는데 그 사이에 투입되는 작품들도 경쟁력이 만만치가 않다. 모처럼 극장을 찾는 관객의 영화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화
영화 '마약왕'

#격돌! 송강호 vs 하정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송강호와 하정우, 충무로를 대표하는 A급 남자배우들의 대결이다. 다행히도 개봉일을 다르게 맞춰 정면충돌로 인해 서로 심각한 부상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껏해야 1주일의 간격이 전부라 결국은 같은 시기 맞대결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스크린을 찾게 된 영화는 송강호의 '마약왕'이다. 12월 19일 수요일에 개봉된다. 이 영화는 우민호 감독을 위시한 '내부자들'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했다는 이유만으로 기획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여기에 송강호가 들어오면서 쉽게 넘볼 수 없는 탄탄한 진용이 갖춰졌다. 송강호 외에도 '마약왕'의 화력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들이 즐비하다. '관상'에서 송강호와 찰떡같이 척척 들어맞는 호흡을 보여줬던 조정석, 역시 '괴물'에서 송강호와 연기했던 배두나가 투입돼 힘을 보탠다. 송강호를 중심으로 양 날개를 형성하고 삼각 편대를 이뤄 관객몰이를 한다. 후방은 김대명, 이희준, 조우진, 유재명, 최귀화 등 신 스틸러들이 담당한다.

내용도 흥미롭다. 경제성장을 도모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우연히 마약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 및 유통의 달인으로 거듭나는 하급 밀수상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중 송강호가 연기하는 밀수업자 이두삼은 우연히 마약제조 및 유통과정을 지켜본 후 뛰어난 눈썰미와 위기대처 능력을 발휘하며 이 사업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다. 그리고 차츰 영역을 넓혀 해외로 세력을 확장한다. 재미있는 건 주인공 캐릭터가 가진 가치관이다. 불법적으로 마약을 만들어 팔아먹으면서도 '일본에다 마약 팔면 그것도 애국'이란 소신을 가진다. 급격하게 변하던 당시 대한민국의 상황,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던 한국인들의 애환까지 잘 담아낸 작품으로 영화계 내에 잘 알려져 있다.

하정우의 'PMC : 더 벙커'는 '마약왕' 개봉 일주일 뒤인 12월 26일에 극장에 공개된다. 이 영화 역시 '마약왕'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우선 감독이 눈길을 끈다. 하정우를 내세워 모노드라마에 가까운 연출로 긴박감 넘치는 스릴러를 보여줬던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이다. 또 한번 하정우와 손을 잡고 '더 테러 라이브' 이후 5년 만에 신작을 내놓게 됐다. 하정우 옆에는 이선균이 함께 한다. 또 다른 주연급 캐릭터를 맡아 힘을 보탠다.

공개된 스토리라인은 짧은 설명 만으로도 꽤나 강렬하다. 글로벌 군사기업이 DMZ 지하 30미터에 위치한 비밀벙커에서 벌이다 뜻밖의 상황에 직면한 뒤 생존을 위해 싸우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하정우는 군사기업의 한 팀을 끌고 가는 캡틴 에이헵을 연기했다. 타깃을 따라 작전을 수행하다 함정에 빠져 팀원들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또 다른 싸움을 벌이게 된다. 이선균은 하정우가 이끄는 팀에 인질로 잡혀있다가 도움을 주게 되는 북한 엘리트 의사 윤지의를 연기했다. 이미 공개된 예고 영상 속에서 하정우는 군복 차림으로 거친 매력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용병 역의 배우들과 나란히 서 있어도 밀리지 않는 남성미를 보여주며 관객을 극장으로 찾아오라고 유혹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펼치는 스릴러에 특히 발군의 재능을 보여줬던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가 보여주는 액션, 이것만으로도 화력은 충분해 보인다.

영화
영화 '스윙키즈'

#'스윙키즈', 다크호스로 떠오를까

송강호와 하정우라는 두 거물의 존재감 때문에 '마약왕'과 'PMC : 더 벙커'를 먼저 소개했지만, 사실 이 두 작품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다크호스가 따로 있다. 도경수 주연작 '스윙키즈'다.

이 영화는 하필 '마약왕'과 같은 12월 19일로 개봉일을 잡아 첫 주간부터 만만찮은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둘째 주로 들어가면 'PMC : 더 벙커'까지 상대해야 하니 벅찬 대결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두 편의 '센 경쟁자'들에 못지 않게 '스윙키즈' 역시 흥행대결에서 쉽게 밀릴 상대가 아니다. 소재나 연출, 출연자들의 능력 등을 따져볼 때 이 작품 역시 12월 극장가의 1위 예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

우선 감독부터 살펴봐야 된다. '스윙키즈'의 연출은 '과속스캔들'과 '써니'로 히트메이커로 불리게 된 강형철 감독이 맡았다. 두 작품 모두 각각 820만 명, 730만 명의 관객을 모았으며, 무엇보다 톱스타 캐스팅 등 흥행성공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도 내용과 완성도 면에서 큰 호응을 얻어 화제가 됐다. 자신이 보여주고픈 이야기와 영상, 그리고 가시적으로 내용을 표현해낼 배우를 소신껏 선택해 결과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갖추는 감독이 강형철이다. 이번에도 강감독은 영화계의 대형스타보다 발전가능성이 농후한 루키를 골랐다. 엑소 활동 외에도 연기 쪽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도경수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고, 드라마 '청춘시대'로 인지도를 높인 박혜수를 도경수 옆에 세웠다. 마침 도경수가 tvN 드라마 '백일의 낭군님'을 성공시키면서 연기자로 주가를 높이고 있어 '스윙키즈'에도 호재가 될 듯 하다.

시대배경은 한국전쟁이 치열하던 1951년, 소재는 거제 포로수용소의 댄스단 결성 프로젝트다. 전쟁통에 포로가 된 각국의 인물들이 모여 댄스단의 멤버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캐릭터 별로 각자의 사연을 부각시키고 차츰 춤을 익히며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웃음과 감동을 끌어내는 형식이다. 큰 틀은 어디서 봤음직한 오합지졸들의 성장기인데, 시대배경이 절묘해 중장년층의 시선까지 잡아끈다.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던 베르너 비숍이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실화와 복면을 쓰고 춤을 추고 있는 포로들이 찍힌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된 창작뮤지컬 '로기수'를 모티프 삼아 만들어졌다.

'마약왕' 'PMC : 더 벙커' '스윙키즈' 등 기대작 3편 외에도 틈새시장 공략에 한창인 작품들이 여럿 있다. 12월 5일에 개봉되는 '도어락'은 겨울철에 보기 드문 스릴러 영화라 이 장르 팬들의 관심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싱글라이더' '미씽 사라진 여자' 등 스릴러 색깔의 영화를 섭렵한 공효진이 이번엔 좀 더 본격적인 스릴러에 도전한다. 개봉을 앞두고 홈쇼핑에 출연해 직접 티켓 판매를 하는 이색마케팅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 외 중국의 거장 장이모우 감독이 연출한 '삼국-무영자'가 12월 13일에, 슈퍼히어로물 '아쿠아맨'이 12월 19일에 개봉된다. '삼국-무영자'는 이미 대만 금마장 영화상을 휩쓸며 중화권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됐다. '아쿠아맨'은 지난해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했던 캐릭터 아쿠아맨을 단독으로 내세운 영화다. '컨저링' 시리즈의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했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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