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12번째 선수 '엔젤클럽' 

입력 2018-11-26 18:30:00

대구FC의 상승세가 놀랍다. 26일 현재 13승 8무 16패로 12개 구단 중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FA컵 결승에도 진출해 창던 첫 FA컵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그 뒤에는 자발적인 시민모임 '엔젤클럽'의 후원과 응원이 한몫했다. 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은 "대구FC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만들기 위해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시민 모임인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만들기 위해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시민 모임인 '대구FC 엔젤클럽'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 자발적인 시민모임 '엔젤클럽'

2015년 7월 창립된 '대구FC 엔젤클럽'은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만들기 위해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시민 모임이다. 응원은 하지만, 서포터스는 아니다. 현재 회원은 1천 300여 명. 후원비를 전달하는 방식도 독특하다. 후원금은 엔젤클럽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구단 계좌로 들어간다.

엔젤클럽은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이호경 씨와 상임부회장 강병규 씨가 의기투합해 성사됐다. 이 회장은 "대구FC는 시민구단으로 재정적으로 힘든 데다 시민들의 관심이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대로 된 구단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은 "어떤 정치세력과의 연대나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구단 경영에도 관여하지 않는다는 윤리강령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1호 엔젤 배장수(진명전력 대표이사) 엔젤은 "취지가 좋아 동참하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축구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서재 다이아몬드엔젤은 "대구FC가 명문구단으로 발도움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백무연 엔젤은 "엔젤이 되기 전에는 K리그는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회원이 된 후 달랐다. 마치 구단주가 된 느낌 같았다. 시민구단이란 게 시민이 주인이다. 그렇게 주인이라고 생각하니 경기가 완전히 다르게 보였다"고 말했다.

조광래 대표이사는 "선수들에게 엔젤은 '든든한 빽' 이다. 선수들은 깃발을 흔들고 응원하는 엔젤을 보고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만들기 위해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시민 모임인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만들기 위해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시민 모임인 '대구FC 엔젤클럽'회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1만원'으로 만원(滿員)시키겠다"

엔젤클럽은 단순히 돈만 내는 게 아니다. 해마다 일정 금액 이상을 납부하는 것은 물론 회원을 추천해야 하는 등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가능하다.

크게 세 그룹이 있다. 연 100만원을 후원하는 엔젤과 연 1천만원을 후원하는 다이아몬드 엔젤, 그리고 월 1만원을 후원하는 '시민엔젤' 엔시오다. 대구축구전용구장 완공을 앞두고, '월 1만원으로 대구전용축구장을 가득 채우자'는 의미를 담은 '만원의 만원(滿員)' 엔시오 캠페인은 현재 한창 탄력을 받고 있다. '시민엔젤' 엔시오는 엔젤과 소시오(FC바르셀로나의 팬클럽)를 합성한 것으로 엔젤의 후원릴레이 정신을 가진 후원자를 뜻한다. 월 1만원(1년 이상)을 대구FC구단 계좌에 자동이체하면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하면 K리그 1년 입장권과 엔젤배지 등을 받을 수 있고, 엔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다.

이호경 회장은 "100만원 이상 후원하는 엔젤 릴레이에 이어 소액 후원으로도 엔젤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엔시오 회원 릴레이에도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와 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와 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엔젤의 열정, 성금 2천여만원 모아

엔젤클럽의 열정은 대단하다. 지난해 9월 전북현대와 경기 중 VAR 판정으로 두 골이나 취소당하는 바람에 승리를 놓치는 사건이 터졌을 때 엔젤클럽이 발 벗고 나섰다. 긴급 회의를 열어 K리그 순위 결정보류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해당 경기결과 정정을 요구하는 본안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어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항의의 뜻을 담은 걸개를 내걸었다. 이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대구FC에 1천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엔젤클럽은 곧바로 모금 운동에 들어가 3, 4일 만에 2천600만원을 모금했다. 이 "회장은 제재금은 결국 구단 측에서 부담했지만 시민의 관심과 사랑,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엔젤클럽은 지난해 가을부터 계간지 '시티 오브 엔젤'City of Angel)을 창간했다. '시티 오브 엔젤'은 선수 근황을 비롯해 축구 칼럼과 문화 소식 등을 싣고 있다.

전지훈련장에 가서 힘을 불어넣는 회원도 있다. 제주도는 물론이고 중국까지 원정 응원을 떠난 이들도 있을 정도다.

대구FC엔젤클럽에 가입하려면 대구FC엔젤클럽 사무국 053)602-7307, 대구FC엔젤클럽홈페이지(www.dgfcangel1004.co.kr)로 문의하면 된다. 다이아몬드(연 1천만원 이상), 일반(연 100만원 이상), 엔시오(월 1만원 연 12만원 이상, 월 1만원).

이 회장은 "대구FC를 명문구단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대구의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진정한 시티즌 오블리제의 실천에 많은 시민들의 참여와 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이호경 대구FC 엔젤클럽 회장.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박스) ◆이호경 회장, "축구 사랑이 대구 사랑으로 "

이 회장은 엔젤클럽을 통해 대구FC구단도 명문구단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엔젤클럽 활동을 축구에 국한하지 않고 대구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고 했다. "침체된 대구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활기찬 도시를 만들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힘을 합쳐 대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자는 게 엔젤클럽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110여 년 전 국채보상운동과 20년 전 IMF 때 금 모으기를 시작한 도시답게 시민의 결집력이 강하기 때문에 엔젤클럽도 반드시 활성화 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3월 축구전용구장에서 경기가 열리는 날 시민들로 만원(滿員)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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