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의적 분식회계는 자본시장 적폐
제도·규정 악용한 화이트칼라 범죄
당국 심사 과정 명확한 법해석 기대
기업 임원 성찰 반면교사로 삼아야
세계 5대 자동차 제조 기업인 르노-닛산 자동차의 회장이 거액의 회사 자금 유용 혐의로 체포되어 수사를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의 조성과 투자 과정에서는 이를 주도한 전 총리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펀드를 자문한 세계적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의 뇌물 공여 등 비리를 수사 중이며, 당연히 대규모 자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부패 방지를 위한 외부 감사나 내부 콤플라이언스 시스템이 비교적 잘 구축된 세계 굴지의 기업들에서 중대한 범법 행위가 발생한 것 자체가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대기업 계열사인 상장 바이오 기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처리 문제가 상당한 시장 변수가 되고 있다. 해당 회사는 지분을 가진 계열회사의 회계 처리를 수년간 '종속기업'으로 보아 연결재무제표로 처리하였다가 이후 '관계회사'로 변경하였으나,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지분법 처리를 하여야 할 것을 의도적으로 잘못 처리해 왔다는 것이다. 시중에서는 국내 최대 대기업의 계열사이므로 금융 당국이 그동안 봐준 것이 아닌가 하는 시선도 있고, 예외 없이 단호해야 할 금융 감독기관 본연의 자세가 회복된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
자본시장에서 투자자를 기망하고 현혹시키는 각종 법령이나 규정 위반 행위들은 철저히 사전 감시와 사후 제재 대상이 되어야 한다. 자본주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은 그 나라 경제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하여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의도된 시세 조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투기성 투자를 유발하는 과장된 사업 공시나 고의적 분식회계 등은 자본시장의 적폐이다. 기업의 실제 가치를 훨씬 상회하는 시가 총액을 감당하지 못하거나 상장 유지에만 애쓰는 기업의 앞날은 뻔하다. 따라서 분명한 위반 행위에 대하여는 금융 관련 법규의 적용에 있어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혹자는 향후 나라의 경제를 끌고 나가야 할 중요 바이오산업의 성장에 철퇴를 가하는 금융 당국의 조치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물론 상장 폐지는 해당 기업의 영업과 자금 조달에 치명적 타격을 주고, 선의의 투자자들에게까지 엄청난 손실을 일으킨다.
이와 같이 골을 이룬 두 가지 시선에서 결국 남은 과제는 해당 기업의 손에 쥐여 있다. 수년간 전문 외부 감사인의 감사를 적절히 받아 왔고, 공시 과정을 통하여 내외부의 올바른 검증을 거쳐 왔다면 상장 폐지의 예고나 심사, 검찰 고발 건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금융 당국도 상장 과정에서 취한 입장과 최근의 해석과 조치 사이에서 태도가 번복된 것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사안인 점도 아마 위안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마저 지분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5%에 육박하는 꽤 높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니, 향후 검찰이나 금융 당국의 조사나 심사 과정에서는 철저히 중립된 관점에서 명확한 금융 법규 해석의 선례가 내려지길 바란다.
기업의 비리나 분식 등과 같은 행위는 전형적인 전문가 내지 화이트칼라 범죄에 해당한다. 이는 전문 지식을 활용하고 일반의 신뢰를 거꾸로 악용하기 때문에 적발이 어려운 반면 범죄 행위의 파장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 중대하다. 사회정의에 관한 철학적 담론이 유행하고, 파렴치한 신문 사회면의 범죄에 대한 여론의 감성적 공감은 손쉽게 달아오르나, 정작 제도와 규정을 교묘히 악용하는 화이트칼라의 염결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국제적 변수들로 세계 경기 침체의 우려가 커져 가는 와중에 특정 기업으로 인한 자본시장 불안 요소가 커져 안타까우나, 금번 사태가 자본시장이 더 선진화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기업 임원이나 전문가들이 이를 도덕적 자기 성찰의 반면교사로 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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