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 수원대 교수, '나를 만나는 시간'

입력 2018-11-20 15:33:48 수정 2018-11-20 20:13:17

이주향 수원대 교수가
이주향 수원대 교수가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주제로 19일 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 강의를 진행했다.

19일 오후 7시 매일 탑리더스 아카데미에서 이주향 수원대 교양교직과 교수는 강의실 들어와 불을 끄고 화면에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을 띄웠다. 그는 고흐의 '욱신거리는 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욱신거리는 귀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라고 표현한 걸로 봐서 이 그림은 고흐가 귀를 자른 후 그려진 것이다"며 "왜 귀를 잘랐냐고 질문하며 질책하는 사람은 별빛 터지는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욱신거리는 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안에도 욱신거리는 귀가 있지 않나요. 감당할 수 없고, 힘든 일들. 우리는 그것에 집중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야합니다"

우리 교육이 내면보다 국·영·수에 집중돼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지고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이 내 이야기보다 누가 가르쳐도, 누가해도 똑같이 하도록 가르치기 때문에 우리는 나를 잃어버리고, 정치, 경제, 사회 이야기에만 집중하죠."

그는 예술 작품이 비싼 이유에 대해서도 '내면'을 통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뭉크의 절규가 경매에서 1천300억원에 낙찰됐다. 뭉크는 노르웨이 바닷가를 거닐다 세상이 절규하는 소리를 듣고 이 작품을 그렸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를 잃고, 어머니처럼 여기던 누이까지 잃은 뒤 불안, 공포, 분노에 시달렸고 그런 자신의 내면을 그대로 대면해 작품을 그렸다. 그림이 비싼 이유는 아티스트가 자기와 정직하게 만난 값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밤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전기를 발명해 밤을 밝힌 덕분에' 사람들은 밤을 얻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우리는 어두워야 비로소 드러나는 하늘의 별을 잃어버렸고, 고요해야 비로소 들리는 밤의 속삭임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밤의 정체성인 여성성과 직관을 잃어버린 것이다.

여성성의 시간인 밤을 전기로 밝혀 남성성의 시간으로 만듦으로써 우리는 낮과 마찬가지로 밤에도 일하고 경쟁하고 공부하는 데 온 에너지를 쏟는다. 그것이 효율성이고 경쟁력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때문에 우리는 각자가 태어날 때부터 등에 지고 나온 자기의 이야기에 귀 막고 눈 막고, 벌건 눈으로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을 찾느라 헛되이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이주향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동대학원에서 철학과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EBS '철학에세이', KBS 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산책' 등 방송을 통해 난해한 철학 강의를 부드럽게 풀어내 큰 호응을 얻었고, 저서로는 '나를 만나는 시간', '이주향의 치유하는 책읽기',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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