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

'그 녀석, 인성이 쓰레기야.' 초등학생 딸의 말에 깜짝 놀랐다. '어떻게 저런 심한 말을 하지?'라는 생각에 꾸짖을 요량으로 자초지종을 물었다. '아빠, 인성이 왜? 친구들이랑 많이 쓰는 말인데? 그 녀석 반에서 정말 말썽이거든' 친구들 사이에 '인성'이라는 말이 일종의 '유행어'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친구에게 '쓰레기'라 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는데 문득 최근 읽은 기사가 떠올랐다.
복지부가 의사 국가고시에 '인성 면접'을 도입하는 방안에 긍정적인 견해라는 내용이었다. '대리수술' 등 일부 의사들의 비도덕적 행위로 인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려는 방안이라고 했다. 의사인 것이 부끄러웠다.
국민의 의사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고 있음에도 '의대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2019학년도 의대 수시모집 경쟁률은 무려 30:1을 넘었다. 수능 시험이 끝나기가 무섭게 입시 전문 기관에서 발표한 예상 합격선도 이과 계열 중 의과대학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결코 반가운 일만은 아니지만,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전국의 의·치대를 먼저 채운 다음 이공계에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 성적 상위 1%에 든다는 의대생 중 일부가 보인 '일탈 행위'는 국민들에게 충격과 걱정을 안겼다. 우수한 학생들을 인성을 갖춘 의사로 키워내지 못한 채 '의학 기술자'만 양산하고 있는 의대 교수들의 책임이 크다. 아울러 장차 고귀한 생명을 돌보게 될 의대생을 제대로 된 '인성 검증'도 없이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다중 미니면접(Multiple Mini Interview, MMI)'이다. 일정 수준의 수학 능력을 가진 학생 중 장차 좋은 의사로 성장할 수 있는 '인성'과 '역량'을 가진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한 '심층 인성 면접'이다. 수험생들은 '도덕성', '공동체 의식' 등 세분된 '인성 평가' 항목에 대해 여러 방을 돌며 60~80분간 심층 면접을 치르고 교수들의 평가를 받는다. '다중 미니면접'을 통해 선발된 의대생이 그렇지 않은 의대생에 비해 '공동체 의식' 등이 더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국의 의과대학으로 '심층 인성 면접'이 확산되고 있어 다행한 일이다.
한발 더 나아가 병원의 의사 선발에도 '인성 평가'가 도입되고 있다. 성균관 의대 최연호 학장은 "인성 평가 점수가 부족하면 다른 성적이 1등이라도 부속병원의 수련의로 선발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성이 훌륭한 학생이 입학해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로 배출되는 풍토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린 히포크라테스는 '의사'는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 의술에 대한 사랑이 있다'라 말했다. 의사의 '인성'을 중시하는 의료계의 새로운 노력이 '인간애'가 가득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회복되는 결실로 나타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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