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시대에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가 놓인 상황

입력 2018-11-20 06:30:00

국내 최대 규모 미래자동차박람회인
국내 최대 규모 미래자동차박람회인 '대구국제미래자동차엑스포(DIFA 2018)'가 1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했다. 개막식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등 내빈들이 테슬라 전기차 모델엑스(MODEL X)를 관람하고 있다. 모델엑스는 주행가능 거리 474km에 제로백은 4.7초, 가격은 1억3490만원(보조금 미포함)이다. 이번 박람회에는 22개국 248개 업체가 참가해 50여대의 전기차와 수소차 등을 선보인다. 박람회는 4일까지 열린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자동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미래차의 초기 시장 창출 지원에 중점을 두고 현재 5만6천대 수준의 전기차 시장 규모를 오는 2022년까지 35만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대구시도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부품을 생산하는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는 이런 소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미래차 시장 확대는 곧 내연차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차 시대에 잘못 대응할 경우 지역 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상황에서 향후 대응방안과 모범사례를 살펴봤다.

◆미래차 재편은 위기이자, 생존의 분수령

대구 자동차 부품업계는 최근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수소차 위주로 재편되는 상황이 악재라고 입을 모았다. 내연기관차에 쓰이지만 전기차 등 미래차에는 활용되지 않는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지역 자동차 부품 수출액에서 클러치 및 부분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8.6%로 전체 항목 중 두 번째로 높았다. 클러치는 엔진의 동력을 잠시 끊거나 이어주는 축이음 장치로 내연기관차에만 쓰인다. 전기·수소차에는 엔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는 차체나 기타 부품 수출 비중이 70%를 넘는 경북에 비해 대구 업체들의 내연기관차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류승민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과장은 "경북의 경우 자동차 부품 중 차체 생산 비중이 높아 전기차나 수소차 생산이 늘더라도 큰 타격이 없다"며 "반면 대구는 전기·수소차에는 쓰이지 않는 클러치나 일반 부품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영세업체의 경우 업종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자동차산업 불황으로 당장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달서구의 한 2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엔진 내부에 쓰이는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앞으로 쓰이지 않을 물건을 만든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미래차 시대에 맞는 새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대기업·1차 협력업체의 기술력을 따라가기 힘들고 개발 여력도 없다. 영세업체들끼리는 현상유지만 해도 만족한다고 할 만큼 무기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틈새공략과 산'학'연'관 협력 필수

반도체 기술을 활용하는 등 미래차 시장에서 틈새 공략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상현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대구경북은 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를 자동차 부품산업에 응용하면 미래자동차산업 개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는 합종연횡이 필수적이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을 중심으로 지역 부품기업들의 협력을 활성화해 지역 나름의 미래 전략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수소차로 바뀌는 과정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관련 업종에 발을 디딘 지역 업체가 적잖은데다 기존 내연기관차 시장에 더해 미래형 자동차 시장이 더해지면 신규 자동차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로 대구시 미래형자동차 과장은 "현재 대구의 미래형자동차 관련 제품 및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는 모두 407개로 대구 전체 제조업체 수의 약 22% 수준"이라며 "2016년 기준 연간 9천400만대 정도였던 자동차 수요는 2030년이면 1억2천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업종 전환이 아니라 확대라는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1차 협력업체를 제외한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대다수가 자체 기술 연구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은 "앞서 기술개발 지원금을 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큰 도움이 안됐다. 공공기관이 나서 자동차 부품 2·3차 협력업체에 기술이전 형식의 R&D를 지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국가차원에서 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해 기술이전 방식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있도록 한다면 자동차산업이 미래형으로 빠르게 재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차 시대, 선제적 대응하는 업체들

삼보모터스, 에스엘 등 지역 대표 자동차 부품사들은 선도적으로 전기차 등 미래차 분야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3~5년 전부터 내연기관차 시장 축소에 대비해 관련 부서를 신설하며 내연기관차 부품 의존도를 축소시켜 왔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내연기관차에 쓰이는 부품 수출 비중은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클러치 및 부분품 수출 비중은 18.6%로 2016년 20.1%, 지난해 19.4%에 이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신 미래차 부품이 속하는 '기타' 항목 비중이 지난해 18.8%에서 올해 19.7%로 늘었다.

엔진·연료 시스템 관련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삼보모터스는 2015년 감속기 사업부를 신설했다. 감속기는 전기차, 수소차 모터의 토크를 조절해 구동력을 바퀴로 전달하는 부품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에는 쓰이지 않던 부품이지만 미래차 시장 확대에 대비해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선 것이다.

평화오일씰공업도 수소차의 전기발생장치인 스택에 들어가는 부품 '가스켓'을 개발했다. 가스켓은 스택 가격의 1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은 부품이다. 평화오일씰공업은 자체 개발한 가스켓을 현대차에 단독 납품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삼보모터스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일찍이 감속기 개발로 미래차 시장 확대에 대응한 부분에 긍정적 평가가 많다. 지금도 다른 분야에 적용할 부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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