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김병준,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입력 2018-11-21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인적 쇄신에 관해 극히 말을 아끼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19일 비대위를 주재하면서 "오늘은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중심으로 인적 쇄신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했다.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이를 예사롭지 않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전원책 파문으로 존재감이 적어진 김 위원장이 가장 먼저 할 일은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 그러려면 큰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협위원장 교체가 최고의 카드다. 이를 인적 쇄신으로 포장할 수 있다. 그는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치르겠다고 했으니 적어도 그전에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교체하려 할 것이다. 당협위원장이 교체되면 신임 당대표가 선출돼도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다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특히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에서 배제된다면 이미지 실추로 인해 재기가 어렵다. 국회의원들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어떤 국회의원이 배제 대상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조강특위가 그 범위를 계속 흘리고 있다. 영남권 다선들과 진박이 표적이다.

여기서 가장 민감한 쪽은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란 말이 나오는 지역에서 누리기만 한 분들은 젊은 인재들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게 조강특위의 기본 인식이다. 특히 지방선거 공천(公薦)을 사천(私薦)함으로써 선거 참패에 일조한 다선의원은 물러나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논리를 갖다 대면 한국당은 대구경북에서 3선 이상 다선이 전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회는 선수(選數)가 대장이다. 아무리 유능해도 초·재선 때는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상임위원장이나 원내대표를 해보려면 3선 이상은 돼야 한다. 대구경북 다선 가운데 차기에 국회직이든 당직이든 중용될 사람은 가능하면 살려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다선은 존재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진박 논란은 대구경북을 더 어지럽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진박들이 활거하면서 한국당은 지난 총선을 망쳤다. 현재 대구경북 20명(대구 7명, 경북 13명)의 자유한국당 지역구 국회의원 중 진박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은 대구 서너 명, 경북 한두 명 정도다. 나머지 사람들은 저마다 진박감별사의 눈도장이라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다. 공천을 청와대가 주도하는데 청와대 및 진박을 자처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것은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진박의 지원을 받았다고 다 배제하는 것은 단연코 옳지 않다. 비록 장관급으로 있다가 발탁된 바람에 논란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지역 현안을 챙기기 위해 고군분투한 사람은 살려야 한다. 그의 노력과 인맥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어서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추고 이익단체들과 대화가 통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하지만 장차관, 청와대 수석을 하고도 어떻게 행동하는 게 지역 발전인지 모르는 사람, 금배지에 눈이 멀었다가 선거구민 외면받자 남의 지역구를 엿보는 사람, 진박 대표였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지만 그가 어려움에 처하자 외면하는 배은망덕한 사람들은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김병준 위원장이 이런 사람들을 날려야 당도 살고, 자신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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