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⑨주머니…지갑·장신구 '다재다능' 쓰임새

입력 2018-11-19 19:30:00 수정 2018-11-19 20:19:29

주머니. 게티 이미지뱅크 제공
주머니. 게티 이미지뱅크 제공

주머니는 작으면서도 귀엽고 깜찍한 민예품이다. 예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지녔던 지갑의 대용품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네 한복에는 조끼를 제외하고는 물건을 넣을 만한 호주머니가 없다. 그래서 더욱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또한 치장이라는 면에서도 아름다운 장신구 구실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부적과 같은 뜻을 지녔기 때문에 주고받는 선물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주머니는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겸한 장신구이다. 그것은 형태와 용도, 입술을 접는 방법과 소재에 따라 명칭이 각각 다르다. 형태는 크게 나누어 모난 것과 둥근 것이 있고, 장식에 따라서 수주머니나 금박주머니가 있으며, 용도에 따라서 향낭․약낭․필낭․수저집․안경집․도장주머니 등이 있다. 그리고 접는 방법에 있어서 궁중의 것은 육모주름을 잡았고, 민서들이 쓰던 귀주머니는 세모주름을 잡았다.

또한 모양에 따라 귀주머니와 두루주머니로 나눌 수 있다. 귀주머니는 꾸밈새에 있어서 남녀용이 같다. 가장 닳기 쉬운 한가운데의 아래쪽 배꼽부분을 따로 감싸 듯 한 겹을 덧대고, 가장자리에 곱게 상침을 놓으며, 주머니 원형에 부착시킨다. 그리고 두루주머니는 가장 많이 지니고 다니는 일반적인 주머니다. 그 형태는 귀주머니와 같으나 모양이 둥글다. 입술에 잔주름을 잡고, 양쪽에서 서로 엇바꾸어 끈을 꿰고 여러 가지 매듭을 늘어뜨린다.

그 이름도 참으로 다양하다. 십장생줌치․오복꽃 광주리낭․오방낭자․봉자낭․부금낭․자라줌치 등 많은 종류가 있다. 십장생줌치는 수주머니로 매사에 길상(吉祥)을 기원하는 뜻이 담긴 주머니다. 오방낭은 청황적백흑의 5색 비단을 모아 만든 5행론을 상징하는 주머니며, 부금낭은 지배계급의 권위를 나타내는 주머니다. 그리고 임금은 용무늬의 활용자낭, 왕비나 공주는 봉황무늬의 봉자낭을 지니고 다녔다.

예전에는 주머니가 귀한 선물이었다. 주머니 속에 누런 콩을 볶아 붉은색 종이에 싸서 넣어 주었다.음력 정월 첫 해일(亥日,돼지날)에 차면 1년 내내 귀신을 물리치고 만복이 온다는 민속에서 비롯되었다. 민서들도 돌잔치나 환갑잔치에 주머니를 선물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리고 새댁이 첫 근친을 갔다 돌아오면 손수 만들어 시댁 어른들에게 드렸는데, 이것을 복주머니라 하였다.

나는 설 명절에 한복을 입는다. 아이들에게 선물이나 세뱃돈을 준다. 한해는 생각 끝에 주머니를 마련하고, 그 속에다 세뱃돈과 덕담 쪽지를 넣어서 주었다. 다들 뜻밖의 선물에 놀라는 표정이었다. 세배가 단순히 몇 푼의 돈을 나누어 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꿈과 희망의 주머니.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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