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능력 뛰어난 도료로 교체 중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3년 간 28% 도색한 데 그쳐
경산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 송모(32) 씨는 얼마 전 퇴근길을 생각하면 아직도 등골이 오싹하다. 차를 몰고 달구벌대로를 달리다가 하마터면 옆 차로에 있던 차량과 부딪힐 뻔했던 것. 화근은 이날 쏟아진 64㎜의 장대비였다.
어둑한데다 비에 젖은 도로는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았고, 앞 차량의 뒷꽁무니만 좇다가 무심코 옆차로를 침범한 것이다. 송 씨는 "옆 차량 경적소리에 놀라 황급히 운전대를 꺾었지만 차선 수가 줄거나 급격히 변할 때마다 식은땀이 흘렀다"고 했다.
어두운 밤, 비까지 내리면 시야에서 사라지는 도로 위 이른바 '스텔스 차선'으로 사고 위험을 겪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일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수막현상이다. 도로 표면에 물이 고여 생긴 수막이 자동차 전조등과 가로등, 상가 간판 등 주변 불빛을 산란, 반사시켜 정작 운전자에게 중요한 차선 반사율이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사고 위험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청은 2012년 차선 밝기를 기존의 130mcd(밀리칸델라)에서 240mcd까지 높인 고휘도 재료로 도색하도록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매뉴얼을 개정했다. 고휘도 재료로 칠한 차선은 도료 자체도 밝은데다 차량 전조등을 반사하는 작고 투명한 유리 알갱이가 많이 포함돼 빗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1천mcd는 촛불 1개의 밝기와 같다. 지금까지 차선 밝기가 촛불 1개의 13% 수준이었다면 이를 두배가량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구의 도로 차선은 여전히 어둡다. 시는 2016년부터 개정된 매뉴얼에 맞춰 반사 성능을 높인 도료로 차선 도색을 시작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3년 간 총 연장 9천937㎞의 차선 중 28%인 2천787㎞를 칠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차선 재도색 예산은 해마다 줄고 있다. 관련 예산은 2016년 30억원에서 지난해 27억, 올해는 23억으로 감소했다.
도료 내 유리알 파손 등으로 3, 4년마다 고휘도 차선을 새로 칠해야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차선을 언제 다 재도색할 지는 기약조차 없는 셈이다.
차선 재도색이 미뤄지는 가운데 빗길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2013~2017년) 간 대구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6만8천495건 중 5천224건(7.6%)이 비 오는 날 일어났고, 이들 사고로 인해 63명이 숨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도로 시설물 파손이나 땅꺼짐 현상 등 도색보다 급한 사안이 많아 예산 배분에서 밀렸다"며 "제한된 예산으로 시내 도로 전체를 재도색하기 어려워 민원이 잦은 곳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