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두 배의 행복…난임 이겨낸 엄마들

입력 2018-11-19 20:30:00

"사랑하는 가족들 있었기에 힘든 시술 이겨낼 수 있었죠"

결혼 8년 만에 이란성 쌍둥이를 얻은 홍정영 씨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혼 8년 만에 이란성 쌍둥이를 얻은 홍정영 씨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결혼=출산=육아' 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패턴에 빨간불이 켜졌다. 계획대로 임신이 되지 않는 '난임'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가지지 못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남녀 난임 환자가 24만 명이 넘었는데 이는 4년 전에 비해 30% 늘어난 수치이다.

자연임신이 아닌 의학의 힘으로 탄생하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지난해 신생아 100명 중 6명은 시험관 시술을 통해 태어났다. 초등학교 한 학급에 25명의 학생이 있다면 한 명은 '의느님(의사+하느님)'의 힘을 빌린 아이다. 그러나 난임 극복을 위한 의료 시술은 결심하기부터 임신이 된 후에도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부모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는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건강한 내 아이와 만난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심리적 어려움

박연주 씨(가명·43)는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심리적 압박에 가출한 적이 있다. 서른이 넘어 결혼했지만 자연스레 임신이 찾아올 거라 믿고 기다렸다. 결혼 후 6년 만에 남편을 낳은 시부모님도 난임의 고충을 알고 있어 아이를 재촉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랫동서의 연이은 임신 소식에 마음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박 씨가 본격적으로 임신 준비를 시작했을 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난임의 원인 중 하나인 자궁내막증 진단을 받았다.

난임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시술을 시작했기 때문에 고충을 알아주는 사람도 없었다. 육체적인 고통도 스트레스도 모두 그녀의 몫이었고, 몸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심리적인 스트레스는 더했다. 내가 잘못 산 걸까 고해성사를 하기도 했고, 아이도 가지지 못하면서 왜 결혼한 걸까 후회했다. 입양부터 남편과 단둘이 사는 것도 고민했지만 내 아이가 없는 인생은 부부에게 불행일 거란 결론에 다다랐다. 결국 박 씨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하고 집을 나왔다.

그녀의 마음을 되돌린 건 가족이었다. 남편과 시부모님은 아이가 없어도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으니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했다. 박 씨는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스스로 시험관 시술을 결심했다. 두 번째 시술에서 아이를 얻었다. 같은 해에는 둘째를 자연 임신하는 겹경사도 얻었다. 그녀에게 든든한 가족의 믿음이 없었더라면 건강한 두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지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신체적인 고통

홍정영 씨(42)는 결혼 후 8년 만에 이란성 쌍둥이를 얻었다. 20대 중반에 결혼한 홍 씨 부부는 언제든지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혼 4년 차, 30대에 접어들고 동생네가 아이를 가지면서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임신에 좋다는 해삼도 꾸준히 먹고, 용하다는 한의원도 찾아다녔다. 7년이 흘렀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난임 시술을 시작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했지만 과정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호르몬 분비를 위해 하루 다섯 번 시간에 맞춰 자신의 배에 주사를 놓았고, 시술이 가능해지면 곧바로 병원에 가야 했기에 5분대기조처럼 병원 호출을 기다렸다. 난임 진단부터 출산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라 낯설고 무서웠다. 약물 부작용으로 입덧이 심해 체중이 43kg까지 빠져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출산도 쉽지 않았다. 쌍둥이 중 둘째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나오는 순간까지 가슴을 졸였다. 시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8년 전에는 정부 지원금이 적어 임신 준비 단계부터 출산까지 수천만 원이 들었는데 이 또한 상당한 부담이었다. 이 험난한 과정을 거쳐 쌍둥이가 태어났고 올해 초등학생이 되었다.

◆가족의 사랑

난임의 고통을 이겨낸 부모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새로운 가족도 맞이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홍 씨는 "10년 만에 임신에 성공한 부부도, 50대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더라. 가족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힘든 시술을 버텨내고 좋은 결과도 얻는 것 같다"고 했다. 박 씨 역시 "믿음직스러운 시부모님과 남편이 있어 내 아이를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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