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헌병'이 일제 잔재라면

입력 2018-11-17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한자 종주국인 중국이 가장 자존심 상해하는 한자 단어는 '중화인민공화국'이란 국호에 들어 있는 '공화국'(共和國)이다. 에도시대 일본 학자들이 네덜란드어 'republik' (republic)을 번역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자존심 상하는 것은 이미 주(周)나라 때 '공화'라고 불린 시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본은 이를 찾아냈고 중국은, 못한 것이다.

republic은 '왕이 다스리지 않는 정치 체제'다. 네덜란드 서적을 통해 서구와 처음 만났던 에도시대 일본 학자들은 이 말을 접하고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고심했다. 유사 이래 동양에서는 그런 정치 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고전을 샅샅이 뒤졌고 마침해 주나라 10대 임금 여왕(勵王)이 폭정으로 쫓겨난 뒤 주공(周公)과 소공(召公) 두 사람이 함께(共) 합심해(和) 나라를 잘 다스렸다고 해서 공화라고 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사마천의 사기 주본기(周本紀)에 나오는 기록이다.

이를 찾아낸 학자가 오스키 반케이(大槻磐溪)이고 공화국을 republik의 번역어로 채택한 학자가 오스키의 제자인 미츠쿠리 쇼고(箕作省吾)로, 1845년 네덜란드 지리학 서적을 번역한 곤여도지(坤輿圖識)에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서양어 번역에서 우리도 중국 못지않게 자존심이 상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번역 한자어는 대부분 일본이 만든 것이다. '철학' '경제' '민족' '국가' '국민' 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이런 한자어 중 '일제 잔재'로 분류되는 것은 얼마나 될까? 아니 어떤 것이 일제 잔재인지 아닌지 명확히 구분이나 할 수 있을까?

최근 국방부가 '헌병'이란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기로 했다. 일제 잔재라는 이유다. 글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헌병뿐만 아니라 육군·해군·군단·사단·포병·사령관·군복·항공모함 등도 일본이 만든 말이다. 바꾸려면 이것도 모두 바꿔야 하지 않겠나. 아 참! 신토불이(身土不二)도 일본이 만든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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