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문화예술회관 '김우조 백태호 그리고 격동의 예술가전'

입력 2018-11-15 11:31:24

김우조 판화작
김우조 판화작 '고목'

백태호 작
백태호 작 '토우'

해방과 6'25전쟁. 연이은 시대적 풍운은 민초들의 삶을 핍박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팍팍한 삶을 살던 시기에 예술가들의 삶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물자가 부족했던 그때 예술가들에게도 물감과 캔버스 등은 그야말로 귀하디 귀한 물자였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혼은 더욱 불타올랐으리라.

대구문화예술회관(관장 최현묵)은 격동기를 거쳐간 화가, 그들의 시대와 작품을 조명하기 위해 '김우조, 백태호 그리고 격동기의 예술가'전을 지난 9일 오픈해 다음 달 8일(토)까지 연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해방 이후 계성중학교(5년제)에서 서진달을 사사한 김우조(1923~2010)와 백태호(1923~1988) 선생의 화가로서 삶과 작품세계 및 그 시대를 둘러싼 격동기 예술가들의 우정과 열정, 파괴로부터 발아된 예술을 조명하고 있다.

김우조, 백태호는 해방공간의 좌우이념대립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좌절과 고통을 경험한 세대로서 이들의 유작 전시는 그들의 생애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우조는 당시 종이가 귀해 그의 예술혼을 독학으로 개척한 판화로 불살랐는데 이 또한 양질의 나무를 쓰지 못하고 값싼 소나무나 합판을 이용해 삶을 꿰뚫는 다채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일상과 자연,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담긴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백태호는 좌우이념대립에 휩싸여 그의 재능을 한껏 발휘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평생 개인전을 2번밖에 열지 못했지만 감출 수 없는 예술의 열정을 정물화, 자연풍경 그리고 날아오르는 명태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말년에 고혈압으로 마비된 몸을 극복하면서 시작된 '날아오르는 명태'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등 정물을 매개로 그가 전하는 다양한 언어를 보여준다.

'격동기 예술가'코너에서는 해방 전 당대 화단의 엘리트 서진달 선생(1908~1947)의 교육에 자극받아 화가가 된 계성중 출신 5명의 화가들의 작품이 선을 보이고 있다. 일제강점기 사양화가 도입된 이래 한 세대가 지나서야 비로소 예술교육을 받은 교육자가 나타났고 이들을 통해 다시 예술가가 성장하는 과정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이어 1950년대 전쟁을 피해 월남해 피란한 예술가들이 대구와 부산에 모여들었고 종군예술가와 함께 활동하면서 향토 작가들과 교류하는 등 생존이 시급한 엄혹한 환경에서도 예술을 갈망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김우조의 1950년대 초기 고무, 석고 판화와 백태호의 1940년대 작품과 부산상업학교 재직시절 삽화는 지금까지 발굴되지 않은 작품들로 1950년대 화단의 면모를 추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된다.

또 1950년대 대구화단을 일군 향토작가와 피란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전쟁기간에 대구에서 열렸던 '유화 7인전'(1951), '대구화우회'(1952)와 같은 전시 자료도 최초로 공개되고 종군문인과 화가들이 참여해 발간한 '초토의 시' '전선문학' 등 서적 원본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작품설명을 들려주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 4시에 운영된다. 문의 053)606-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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