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소방점검 동행해보니…소방 규정 안지키는 곳 많아

입력 2018-11-15 05:00:00

대구 고시원 중 44%는 스프링클러 없어

14일 대구 시내 한 고시원에 대한 소방안전점검에 나선 대구소방안전본부 직원들이 연기감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4일 대구 시내 한 고시원에 대한 소방안전점검에 나선 대구소방안전본부 직원들이 연기감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4일 오후 대구 중구 성내2동 한 원룸형 고시원. 2010년 준공된 이 고시원은 4층 높이에 32개의 방을 갖추고 있는 신축 건물이다. 1층 한쪽 벽면에는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됐고, 천장에는 연기 감지기와 간이 스프링클러도 마련돼 있었다. 비상구를 알리는 대피 유도등이나 수압도 준수한 상태였다. 2층과 외부를 잇는 비상구 사다리는 조립형이었다.

이날 소방특별점검에 나선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박순욱 소방위는 "이 고시원은 비교적 소방시설을 잘 갖춘 곳"이라며 "다른 고시원은 대부분 2009년 이전에 지어져 간이 스프링클러가 없고 화재에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14일 대구 시내 한 고시원에 대한 소방안전점검에 나선 대구소방안전본부 직원들이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4일 대구 시내 한 고시원에 대한 소방안전점검에 나선 대구소방안전본부 직원들이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 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고시원 화재로 1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대구소방안전본부도 지역 내 고시원 379곳을 대상으로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간이 스프링클러와 소화기, 비상벨 등 소방시설 설치 여부와 비상탈출 안내도, 비상구 설치 적법성 등을 살피는 식이다. 지역별로는 북구가 115곳으로 가장 많고, 달성군 82곳, 중·남구 71곳, 달서구 54곳, 서구 31곳, 동구 21곳, 수성구 5곳 등이다. 이들 시설 중 상당수는 원룸형으로, 학생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주거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고시원 중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은 44%인 167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원이 1층이어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곳이 113곳, 2009년 이전에 건축된 고시원이 54곳을 차지한다.

화재 예방 점검도 민간업체가 대행하는 등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방법상 소방시설은 자체 검사나 소방시설 점검업자가 정기 점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안전시설등 세부점검표'를 만들어 각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분기 당 1회씩 점검하고 점검 결과를 1년 간 보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반해도 과태료 50만 원에 불과한데다 허위로 작성해도 제재할 장치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구에서는 해마다 고시원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5건의 고시원 화재가 발생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올바른 소방시설을 갖추고 점검을 하는 것이 화재에 따른 금전적 손실보다 훨씬 경제적 효과가 높다는 인식을 사업자들에게 심어줄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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