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질 떨어지고 초보 모델 무대 올라 뒷말 무성
대구경북패션사업협동조합(이하 대구패션조합)이 특정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지난해부터 패션 관련 전문업체가 아닌 전시업체에 각종 보조금 사업이 집중됐고, 이 과정에서 사업을 쪼개 수의계약을 맺는 편법까지 동원됐다는 것이다. 대구 패션업계는 비전문업체가 각종 패션행사를 독식하면서 행사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비전문 업체에 일감주려 입찰조건 완화
대구패션조합은 2011년 대구경북 패션디자인업체들이 정보교류와 단체활동을 목표로 설립한 민간조직이다. 회원사들의 영리활동을 돕고자 패션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주요 디자이너와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대구패션조합이 국내외 패션쇼·전시회나 디자인 공모전, 진로체험 등 매년 꾸준히 수행하는 대구시 보조금 사업만 6억원 규모다.
그러나 대구패션조합은 지난해부터 패션쇼, 모델, 화보·영상업체 등 꾸준히 협력하던 대행 업체들을 갈아치웠다.
이 과정에서 입찰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비전문업체가 낙찰하는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나온다. 지난해 8월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억원을 받아 진행한 중국 내 신시장 개척지원 사업에서 8천700만원 규모의 패션쇼와 부스 전시행사를 대행한 D업체가 대표적이다.
대구패션조합은 그동안 행사 대행 업체 입찰 자격으로 '최근 수년 내 패션행사 관련 수천만원 이상의 단일행사 수행실적 보유업체' 또는 '외국 현지 패션쇼 수행실적 보유업체' 등으로 제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에는 '지방계약법 상 결격사유가 없거나 소정의 서류를 갖춰 입찰 등록을 마친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 정도로 한 차례 완화했다.
대구패션조합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밀어주려고 사전에 협의한 정황도 확인된다. 대구패션조합은 지난해 8월 31일 중국 내 신시장 개척지원 사업이 시작되기 한달 전쯤인 같은 달 8일 1차 공고를 냈다.
그러나 이 때 D업체만 응찰해 입찰이 무산되자 조합 측은 출국을 단 9일 앞둔 같은 달 22일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2차 공고에는 기존 협력업체인 T업체와 D업체가 응찰했지만 대구패션조합은 시일이 촉박하고 D업체가 중국 비자를 발급받는 등 행사 준비를 마쳤다는 이유로 D업체를 대행사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예산이 8천700만원으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자체 기준인 3천만원이 넘자, 당초 공고한 내용과 달리 방문할 3개 도시를 별개 사업으로 분할해 3천만원 이하로 낮춘 뒤 D업체와 수의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구패션조합 관계자는 "기존 협력업체들이 장기간 비싼 돈을 받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교체했다"면서 "조합이 지원받는 각 사업 보조금 예산이 전년보다 축소돼 낮은 가격에 뛰어난 결과물을 보여줄만한 알고있던 업체들과 계약했다"고 해명했다.
◆초보 모델이 대구컬렉션 무대 올라
대구패션조합은 지난해 8월 이후 D업체에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3천150만원), '전국 대학생 패션쇼'(4천400만원), '대구컬렉션'(7천200만원) 등 2억원 상당의 사업을 맡겼다.
대구패션조합의 진로체험 프로그램 '아임패션이'(연간 5천만~8천만원 규모)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업을 맡긴 것이다.
그러나 D업체가 패션 행사를 독점하면서 행사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3일 열린 '제30회 대구컬렉션'과 '제16회 전국대학생 패션쇼'는 D업체와 어린이·청소년 및 중년 남녀 모델 육성업체 M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따냈다. 이와 관련, 일부 패션업체는 "초보 업체에게 대구 패션행사의 전통인 대구컬렉션 진행을 맡기는 것은 수치"라며 행사 참가를 거부했다.
대구패션조합은 경북 한 패션쇼 전문 교수를 연출자로 섭외했지만 파행은 계속됐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러시아 대학생이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자 더 많은 의상을 입게된 모델들이 제대로 워킹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모델은 런웨이 끝에서 멈추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갔고, 남성 모델 중 일부는 별다른 포즈를 취하지 않은 채 다리를 모으고 차렷 자세로 서 있기도 했다.
대구패션조합과 D업체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2017 중국 정저우국제패션위크'도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정저우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이 행사는 유명 백화점 바이어들의 관심이 컸다.
그러나 행사에 참여한 패션업체들에 따르면 실제로 행사를 관람한 건 바이어가 아니라 백화점 손님과 행사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전문 모델이 아닌 현지 항공승무원학원 수강생들이 1인당 13만5천원을 받고 런웨이에 선 것으로 드러났다. 옌지의 한 호텔에서 한인 사업가단체를 상대로 개최한 행사에서도 패션업체들에 나눠줘야 할 화보용 사진을 화질이 낮은 일반인용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참가업체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지난 3월 대구 북구 산격동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에서 열린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 패션쇼 현장에서도 디자이너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모델 뒤의 배경이 검은색인데도 조명이 제대로 비추지 않아 발밑에 그림자가 지고, 헤어스타일이나 의상이 배경에 묻혔다는 것. 패션쇼를 촬영한 장면은 참가업체들이 신상품 카탈로그 제작에 활용하지만 쓸만한 사진이 없었다는 불만도 폭주했다.
대구 한 패션 디자이너는 "패션쇼는 디자이너가 최근 패션경향을 선보이고 시각과 청각을 동원해 대중에게 선보이는 종합 예술"이라며 "그러나 대구패션조합은 일반 전시회 열듯 패션쇼를 운영하고 수억원을 낭비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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