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3곳 동시발화 산불, 13일 현재 50명의 사망자 내…역대 최악 인명피해
캘리포니아 역대 대형 산불 10개 중 9개가 2000년 이후 발생
강한 돌풍의 고온건조한 '산타아나 바람' 주범 지목…지구온난화 영향도 커
역대 최악의 화마(火魔)가 미국 캘리포니아를 집어삼키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대형산불이 급격히 번지면서 13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만 50명에 이르고 연락이 끊긴 주민 수가 220여 명에 달한다. 또한 산불로 인해 서울시 면적을 훌쩍 넘는 산림과 시가지를 태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진화율도 낮아 앞으로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동시다발 산불, 역대 최악의 인명 피해 남겨

최근 발생한 산불은 역대 최악이라는 악명을 떨치며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캠프파이어(북부 뷰트카운티), 울시파이어(남부 말리부 주변), 힐파이어(남부 벤투라 카운티) 등 대형 산불 3개가 발화해 13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서울시 면적(605㎢)보다 넓은 881㎢ 이상의 산림과 시가지, 주택가를 태우고 확산되고 있다.

인명 및 재산 피해도 상당하다. 이날 현재까지 북부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전체 사망자가 50명에 이른다. 특히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48명의 사망자를 내며 주(州) 재난 역사상 단일 산불로는 역대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이로 말미암아 가옥과 건물 7천600여 채가 전소됐다. 인구 2만 7천여 명인 뷰트카운티 파라다이스 마을은 주택가와 상가 전체가 불타면서 폐허로 변했다.

이번 산불로 할리우드 배우들도 큰 피해를 봤다. 영화 '300'의 주역 배우 제라드 버틀러의 집이 잿더미가 됐고 킴 카다시안이나 올랜도 블룸, 가수 레이디 가가 등도 산불 피해를 보았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워낙 넓은 지역에 산불이 번진데다 강풍 등으로 이날 현재 진화율도 30% 정도에 머물고 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산불 피해 지역을 주요 연방 재난지역으로 지정했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3곳에 발화한 이번 산불을 완전히 진화하는 데 3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돼 빨라야 이달 말쯤 완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산불은 아직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소방당국은 전력회사의 파손된 설비를 지목하고 있다. 끊어진 전력선에서 튄 스파크가 산불의 발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캘리포니아, 매년 대형산불로 '몸살'
미국 캘리포니아는 인구가 4천만 명가량으로 미국의 50개 주(州)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연중 온화한 날씨와 안정적인 경제력 등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곳에도 골칫거리가 적잖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산불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산불은 흔한 재난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매년 평균 2천50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산불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 8월 초에는 캘리포니아 멘도시노 국유림에서 산불이 발생해 2명의 사망자를 냈으며 로스앤젤레스(LA) 면적(1천149㎢)보다 넓은 1천173㎢ 규모의 산림을 태웠다. 이 산불은 주 역사상 최대 면적의 피해를 준 산불로 기록됐다. 이 산불은 심지어 국제우주정거장에서도 정밀하게 목격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지난해 12월 초에도 벤투라 카운티와 산타바바라 인근을 태운 이른바 '토머스 산불'이 맹위를 떨쳤다. 이 산불은 1천100㎢ 규모의 산림과 시가지를 태웠다. 이 불로 소방관 1명을 포함해 2명이 숨지고 가옥 1천여 채가 전소됐다. 부분적으로 탄 가옥은 1만 8천여 채였고 대피한 주민 수만 10만 명이 넘는다.
주 소방당국이 집계한 자료를 분석하면 캘리포니아 산불 발생 규모나 건수 등이 점차 커지거나 증가하는 추세다. 미 기상당국은 역대 10대 산불 중 4개가 최근 5년 사이에 발화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에 따르면 1932년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10개 중 9개는 2000년 이후에 발생했다. 그 중 5개는 2010년 이후다. 올해에는 벌써 2차례나 발생했다.
◆유독 캘리포니아에 대형 산불 잦을까?
주범으로 가장 지목되는 것이 '산타아나 바람'이다. 이 바람은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부는 계절풍으로 미국 모하비 사막과 미 서부 내륙 그레이트 베이슨(대분지)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오면서 매우 건조하고 강한 돌풍 형태의 바람으로 바뀌어 태평양 해안가를 향해 몰아치는 강풍이다. 이 강풍은 산불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 이른바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 50~70km/h의 엄청난 속도로 부는데 심지어 허리케인과 맞먹는 시속 130km를 넘길 때도 있다. 이 때문에 소방당국이 불길을 진화하는 데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워낙 강풍이어서 불길이 삽시간에 번지고 한 마을을 삽시간에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이 미처 급격히 번지는 불길을 피하지 못해 사망하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의 지역적 기후 특성도 산불 발생에 한 몫 한다. 캘리포니아는 크게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가을과 겨울엔 비가 내리지만, 여름에는 비가 오지 않아 오랜 기간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다. 초목들이 말라가면서 좋은 '땔감'이 되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지난 6년간 가뭄 끝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큰비가 오면서 야생지의 초목이 울창하게 우거졌다. 그러다 올여름 무더운 날씨와 가을로 접어들며 건조해진 기후가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긴 산속 전원주택 단지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구 온난화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뉴욕타임스(NY)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이 지역 산불의 발생률을 더욱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윌리엄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최근 몇 년 사이 캘리포니아 지역의 온도가 올라 초목들이 더 빠르게 마르고 있다. 이런 현상이 대형산불의 배후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UCLA) 기상학자 대니얼 스웨인 교수는 "올해 여름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었고 가을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뜨겁게 데워진 태평양 해수 온도가 강한 고기압을 형성해 샌타애나의 강도를 더욱 세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산불이 나는 직접적 이유는 끊어진 전선에서 튄 스파크나 담배꽁초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산불의 확산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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