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사이비 감기?

입력 2018-11-13 08:20:52 수정 2018-11-13 20:01:18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감기와 독감 구별법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훌쩍훌쩍"

"콜록, 콜록……"

감기의 계절이 왔다. 연신 기침이 나고 콧물이 흐른다. 열도 있고 침을 넘기기조차 힘들다. 날씨가 추워진다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웅크려 지내니 감염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난방으로 공기가 건조해지면 호흡기관의 표피에 상처가 나기 쉬워 바이러스의 침투가 수월해진다는 것이 의료계의 설명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기침, 재채기, 콧물이 나고 몸이 좀 으스스하면 "저 감기·몸살에 걸렸어요!" 라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감기 증상에도 불구하고 감기가 이닌 경우도 많다고 한다. 자칫 흔한 감기쯤으로 생각하다가 큰 코 다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흔한 감기와 '유사' '사이비' 감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 감기, 예방이 최선이다

감기는 독감 바이러스(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이외의 바이러스로 생기는 호흡기 염증성 질환을 통칭하는 말로 쓰인다. 콧물·기침·재치기와 같은 증상이 대표적이다. 라이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에코바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를 비롯해 최소 100가지 이상의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기는 통상 2~5일 만에 합병증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워낙 수많은 종류의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다 보니 이를 막을 백신을 만들기도 어렵다. 최선의 감기 대처법은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개인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감기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과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이다. 특히 어린 영유아에게는 합병증이 상대적으로 더 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 자연치유되지만 38.5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거나 기침이 10일 이상 계속될 때, 숨이 찰 때에는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실내 환기와 습도 유지는 필수사항이고 따듯한 물을 충분히 마시며 뜨거운 꿀차나 레몬차 등도 감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과로를 피하고 휴식을 푹 취하는 것이 감기 예방의 지름길이다.

◆ 독감, 독한 감기가 아니다

독감(毒感)의 한자 뜻만 보면 '감기(感氣) 중에 독한 감기' 또는 '감기가 아주 악화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감기와 독감은 엄연히 다르다. 감기 바이러스는 끊임없는 변종을 일으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예방 백신을 만들 수 있다. WTO(세계보건기구)에서는 매년 2월 말에 그 해 겨울철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바이러스주를 미리 발표하고, 이에 맞춰 제약회사들은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한다.

그렇다고 독감 예방접종이 만능은 아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중 일부 항원에 대한 백신이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 감기에는 효능이 없고, 인플루엔자 아형이 다른 경우에도 효과가 없다, 또한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항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2~4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독감유행 시기가 12월~2월인 것을 감안하면 늦어도 11월 말에는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상과 발생 시기도 차이가 난다. 감기는 아무 때나 발병하고 콧물, 기침, 가래, 재치기 등 호흡기 증상이 주를 이루지만, 독감은 오한·고열·근육통이 먼저 나타나고 유행 시기가 정해져 있다. 더욱이 독감은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고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는 탓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독감 예방접종은 독감 유행시기를 앞두고 미리 조치를 취하는 셈이다.

다만 독감의 예방 방법도 감기와 다르지 않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과로를 피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이 감기와 독감을 한 번에 예방할 수 있는 해결책이다.

이근미 영남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독감 예방 접종에도 국소동통, 부종, 그리고 드물기는 하지만 고열·불쾌감·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있다"면서 "아나필락스성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백신을 맞지 말고, 급성 열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사이비 감기 요주의!

감기와 혼동하기 쉬운 사이비 감기로 대표적인 것이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증세는 초기 감기와 아주 비슷하다. 코가 간질간질하고 재채기와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증상이 오래 가는 탓에 간혹 "감기를 달고 산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좀 차이가 있다면 감기와 달리 목이 붓거나 열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알레르기성 비염은 감기와 원인이 전혀 다르다. 때문에 감기약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알레르기는 꽃가루 등 외부 물질에 대해 몸 안의 면역기관이 과민반응을 해 일어나는 증상이다. 따라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의 핵심은 원인이 되는 물질을 찾아서 그 물질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혈액검사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을 찾을 수 있고, 원인물질을 피하기 어려울 때는 알레르기 증상을 줄여주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을철에 주로 발생하는 쓰쓰가무시증, 유행성출혈열, 레토스피라증과 같은 급성열성질환 역시 종종 감기와 혼동한다. 야외활동을 할 때 감염되었다가 1~3주 뒤에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며, 근육통 증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몸살 감기에 걸렸다고 오인하기 쉽다. 감기와 달리 붉은 반점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한 질환 중에는 치명적인 질병도 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치사율이 25%에 이르는 장티푸스도 초기에는 두통, 발열, 기침과 몸살 증세로 나타난다. 감기와 달리 코피·설사·식욕감퇴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빈혈·코피·피멍이 드러나 쉽게 알 수 있는 급성백혈병과 달리, 만성백혈병은 그 증세가 몸살 감기로 오해할 수 있다. 에이즈와 폐종양도 발열과 기침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이근미 교수는 "증세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실제는 전혀 다른 질병이 꽤 많다"면서 "감기 증상이 줄어들지 않고 2~3주 지속될 때는 망설임없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이근미 영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감기와 독감 구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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