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독립·민주화운동 시설 짓기만하고 '나몰라라'

입력 2018-11-12 05:00:00

부족한 볼거리에 프로그램도 부실…관람객 외면 받아

11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2·28 민주운동 기념회관 내 전시관. 관람객의 발길이 한산해 썰렁한 모습이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11일 오후 대구 중구 남산동 2·28 민주운동 기념회관 내 전시관. 관람객의 발길이 한산해 썰렁한 모습이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지난 7일 오전 대구 중구 남산동 2·28민주운동기념회관 내부는 을씨년스러웠다. 관람객은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고, 비어 있는 안내데스크에는 '연락을 하면 안내를 도와주겠다'는 문구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층 전시실 내 2·28민주운동기념회원 등의 이름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과 포토존, 디지털 전시물 등은 고장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아동 도서 원화나 각종 공모전, 2·28민주운동 당시 사진 등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 역시 전시물없이 썰렁하게 비어있었다.

대구시가 수십억원을 들여 조성한 지역의 독립·민주화운동 기념시설들이 사실상 방치되며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짓고 난 뒤에는 소극적인 사료 확보와 부실한 전시 프로그램 등으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28민주운동의 기념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참혹한 수준이다. 대구시와 중구청 등에 따르면 2012년 12월 100억원을 들여 완공한 이 곳의 연간 누적 방문객은 2013년 1만112명에서 2015년 1만7천320명, 지난해에는 1만9천504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휴관일을 제외한 평균 관람객 수로 계산하면 방문객이 하루 63명에 불과하다.

50억원을 들여 2011년 10월 개관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국채보상운동에 성금을 낸 기부자들의 명부가 담겨있어야 할 '의연자의 벽'은 작동을 멈췄고, 접근성과 주차 편의성이 좋은데도 방문객 수는 기대에 못미친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 방문객은 2013년 5만8천257명에서 2015년 6만2천306명, 지난해 6만3천79명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하루 평균 200여명 수준에 그친다.

이처럼 방문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볼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28민주운동기념관의 경우 보유 장서는 4만4천743권에 이르지만 2·28민주운동과 관련된 책은 37권이 전부다.

특히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지 1년이 지나도록 기록물 전시실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 관계자는 "사료를 모으는데 시간이 예상보다 많이 걸렸다. 오는 15일까지는 꼭 완공할 것"이라고 했다.

옛 신암중학교 건물에 들어설 예정인 2·28기념학생도서관도 개관 예정일이 한달 가량 연기됐지만 아직 운영 프로그램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도서관 내부에는 2·28민주운동의 흐름도를 갖추는데 그쳤고, 관련 자료와 문헌 등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현장 확인을 거쳐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다양한 전시공간과 프로그램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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