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화재로 주인 숨진 뒤 30여년 간 방치된 '고려산장'… 동화사 "토지·건물주 수소문 중"
팔공산 등산로에 폐건물이 30여 년 간 방치돼 등산객들이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사유지인데다 법적 소유주를 찾지 못해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오후 대구 동구 도학동 팔공산 봉황문 인근. 400m 가량 동화사 방향으로 오르자 '대구올레 팔공산 7코스' 팻말이 나타났다. 이 곳에서 약수암 방향으로 다시 600m 가량 오르면 낯선 회색 석조 건물이 눈에 띄었다.
불 타버린 건물 지붕으로 하늘이 훤히 보였고, 건물 내부에 뿌리내린 오동나무도 사람 키를 넘게 자라고 있었다. 가까운 계곡물 소리까지 감돌면서 건물 주변은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등산객들은 이 곳에서 마치 귀신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귀곡산장'이라고 부른다. 대구 동구청과 동화사 등에는 귀곡산장을 철거해 달라는 등산객 민원이 수십년 째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산장 일대를 관리하는 동화사는 민간 소유로 추정되는 해당 건물과 토지의 법적 소유주를 찾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와 동화사 등에 따르면 이 건물의 본래 이름은 '귀곡산장'이 아니라 '고려산장'으로, 1970년 이전부터 오랫동안 산장으로 활용됐다. 인근 약수암에서 나오는 약수가 피부병에 좋기로 유명했고, 치료를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환자들이 머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옥란 팔공산 올레길 해설사는 "한때 주변에만 산장 여러 곳과 상가가 형성돼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면서 "대부분 산자락에서 무허가로 운영됐기 때문에 1980년 5월 팔공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대부분 철거됐고, 일부는 용수동 시설지구로 이전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고려산장은 경북도의 퇴거 명령에 따르지 않고 한동안 영업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장의 위치가 피부병 환자들의 요양처로 각광받던 폭포골로 가는 길 중간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그러다 1987년 어느 날 밤에 발생한 화재로 산장 주인이 숨졌고, 건물 일부도 불 타 폐허로 변했다. 유족들은 산장 사업을 이어받아 팔공산 용수동 집단시설지구에서 식당을 운영했지만, 1998년 가게를 정리하고 팔공산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른바 '귀곡산장'으로 전락하면서 2000년대 초 한 민간 업체가 무허가로 공포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행정기관에 적발돼 중단하기도 했다.
동화사 측은 건물을 철거하고자 토지 및 건물 소유주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동화사 관계자는 "화재로 숨진 업주가 건물 혹은 토지를 소유했는지, 지번이나 토지대장은 있는지 알아내야하지만 도저히 확인할 수 없어서 판단이 어렵다. 주인이 나타나기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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