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운전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원 시절 경남 양산 자택에서 부산 주례동 지역구 사무실까지 출퇴근하면서 직접 운전을 했다. 30㎞ 정도 되는 꽤 먼 거리였지만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올 초 공개된 문 대통령의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을 보면 그가 당시 탔던 2010년식 쏘렌토R 2.0은 아직도 소유 중이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은 에쿠스·제네시스 등 고급 세단을 이용하지만 문 대통령은 쏘렌토를 고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에는 이듬해 예정된 총선과 관련, 인재 영입 작업을 하면서 직접 쏘렌토를 몰고 다니며 총선 출마 권유에 나서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서울에서도 문 대통령이 운전대를 쥐고 있는 모습을 본 목격자들이 여럿 있다.
문 대통령의 운전 실력이 생각난 이유는 최근 문 대통령이 결정한 인사를 보고 나서다. 문 대통령은 권구훈(56) 골드만삭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전무)를 대통령 직속인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 지난 7일 직접 위촉장을 줬다.
권 위원장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통일 대박론'에 대한 보고서를 냈던 사람이다. 그해 2월에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한 통일경제 교실에서 중국과 홍콩 방식의 점진적 통일 방안을 제시한 적도 있다. 그의 최근 경력만 놓고 봐도 적폐로 몰려 있는 전임 정부에 가까운 사람이다. "대통령이 TV에서 보고 뽑았다는데 그건 아닙니다. 보수 성향인 권 위원장은 경제관료 출신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과 잘 압니다. 윤 수석의 추천이 있었을 것입니다. 문 대통령이 경제 전문가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겁니다." 권 위원장의 친한 친구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의 해석이다.
정치 엘리트 이론을 연구한 이탈리아의 대표적 정치학자 가에타노 모스카(1858~1941)는 정치가(政治家·Statesman)와 정치인(政治人·Politician)을 구분했다. 넓은 지식과 통찰력을 통해 최소한의 충격과 고통만 주는 상태에서 사회의 필요와 목표를 정확히 달성해내는 것이 정치가이며, 정치인은 단순히 정부의 최고위직에 머물러 있는 방법 정도만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정치가로 훗날 평가받을 수 있을까? 최근 인사에서 보여준 것처럼 유턴 실력에 달려있다.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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