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상동 조용한 주택가 골목. 회백색 건물에 알파벳 'SIX'만 달랑 적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뭐 하는 곳일까?' 공간에 대한 호기심으로 유리문을 열어젖혔다.
식물과 식기류, 초와 그림 등 여러 소품이 제자리를 찾아 공간을 밝히고 있고 주인인 듯 보이는 사람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군데군데 싱그러움이 묻어난 식스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앞서 든 호기심은 이내 주인에게로 가 닿았다.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짧은 커트 머리에 작은 체구. "옷 색깔이 너무 어두워 집에 놀고 있는 박스 테이프로 포인트를 주었다"는 아름다움에 대해 남다른 감각을 지닌 식스 주인, 이주현(32) 씨를 만났다.

▷식스(SIX) 소개를 직접 해주세요. 식스가 가진 의미도 궁금합니다.
"식스는요, 일상에 가치를 더해주는 모든 것을 다루는 라이프 스타일 상점입니다. 아름다운 감각을 더한 생활용품을 팔고 있어요. SIX는 일본 유학 시절 매일 같이 드나들던 문구점 이름이에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개성이 묻은 곳이었는데, 그 공간을 너무 좋아했어요. 공간에 대한 꿈을 꾸다가 제 가게가 생기자 그 이름을 붙였어요."
▷일본 영향인가요. 공간에 대한 분위기가 조금 남다릅니다.
"쑥스럽네요. 일본 유학 영향이 아마 곳곳에 남아 있을 거예요. 대학 졸업 후 광고아트디렉터로도 3년 정도 일한 적 있는데 그때 배우며 쌓아 올린 경험이 지금 식스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주었어요."

▷광고아트디렉터는 조금 생소한데요. 어떤 일을 하는가요?
"광고 메시지나 모델이 시각적으로 가장 돋보일 수 있게 환경을 연출하는 직업이에요. 가령 냉장고 광고라면 그 냉장고가 시청자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공간을 꾸미고 조율하죠."
▷광고 아트 디렉터에서 식스를 열기까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광고 아트 디렉터 일도 정말 재밌었어요. 내 손길로 탄생한 공간이 TV에 나올 때마다 성취감이 무척 컸거든요.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3년 동안 쉬지 않고 일만 했어요. 결국 몸이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쉼표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사표를 내고 여행을 떠났죠. 그때 머리 속에 '식스'라는 공간을 구체화했어요. '애장품을 모은 내 공간'이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이었거든요. 광고 아트 디렉터는 꿈을 더 견실하게 다져주는 윤활유 역할을 한 셈이죠. 2015년 8월 문을 열었으니 내년이면 벌써 4년이 되네요."
▷식스를 무척 아끼시는 마음이 느껴지네요.
"사실 처음 1년은 너무 힘들었어요. 내 물건, 내 공간이라는 애착이 강해 물건을 못 팔겠더라고요. 손님이 물으면 "그 컵은 제 소장용이라서요. 그 접시는 전시용입니다"라고 대답할 때가 많았고, 때로는 "차라리 개인 전시회를 하지"라며 볼멘소리하며 돌아가는 손님도 있을 정도였죠. 식스 주인보단 '욕심쟁이 이주현'에 가까웠어요."

▷그때와 지금,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졌나요?
"수입이 적다 보니 슬슬 생계 걱정이 되더라고요. 초반에는 고집대로 좋아하는 물건만 가져다 놓다가 2년 차 들어서야 '손님 취향'을 고민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손님은 디자인보다 실용을 더 중요시한다는 걸 깨닫고 고집을 서서히 꺾기 시작했어요. 요즘엔 물건을 고를 때 '단골손님들이 좋아하겠다' '주방에 꼭 필요하겠는 걸' 등 손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골목 안이라는 위치에 대해 아쉬움은 없나요?
"오히려 장점이에요. 저는 수익보단 일부러 찾아와주는 손님의 정성과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는 태도에 감동하는 편이거든요. 번화가나 큰 도로에 있으면 손님은 많겠지만 느긋하게 둘러보고 오랫동안 머물지는 못하잖아요. 그건 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니에요. 한 사람이 오더라도 공간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위치는 딱 알맞은 공간이죠."
"모든 사람이 식스를 찾지는 않겠지만, 식스를 찾는 모든 사람에겐 따뜻하고 아늑한, 그래서 또 한 번 발길이 닿는 공간이길 원한다"며 이주현 씨는 인터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부러 화려하게 뽐내지 않고,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발하는 식스가 어쩌면 이주현 씨 삶을 그대로 표현한 흔적은 아닐까. 개인의 가게는 결국 그 주인의 향취와 개성, 나아가 삶의 고유한 분위기까지도 담아내기 마련이니까.
가을볕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식스가, 겨울엔 또 어떤 향과 색을 입고 사람들 발길을 끌어당길지 벌써 기대가 된다.

매일신문 디지털 시민기자 이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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