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은 내년 1월 13일(일)까지 어미홀 프로젝트의 첫 전시인 '나현, 바벨-서로 다른 혀'와 1990년대 한국 사진계의 흐름을 조망하는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한국현대사진운동 1988~1999'전을 열고 있다.
어미홀은 대구미술관에 들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높이 18m, 너비 15m, 길이 50m의 공간으로 이번에 이런 특성을 활용, 동시대 미술 동향을 소개하는 '어미홀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나현(48) 작가의 설치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어미홀에 들어서면 가로 22m 세로 11m 높이 8m의 설치작품 '바벨탑'이 시선을 압도한다. 이 바벨탑은 외양 뿐 아니라 작품 내부로 들어가 3층 높이까지 오르면서 다양한 각도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과 흔적을 추적하고 수집해 그 결과물을 예술적 관점으로 표현해 기정사실화 되어있는 역사의 단면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나현 작가는 2000년 초반부터는 민족의 의미와 기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바벨탑'의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의 '배달민족'과 독일의 '아리안 순혈주의'는 전체주의적이며 배타적 민족 개념으로 다양하고 혼재돼 살고 있는 현시대의 인간의 삶에서 볼 때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고 전제한 후 "다문화 현상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이 시대에 차이성을 자각하고 소통의 가능성을 열어보기 위해 2년간에 걸쳐 자료조사를 통해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쓰레기 매립지로 알려진 서울 '난지도'와 제2차 세계대전의 잔해로 이뤄진 독일 베를린 '악마의 산'에서 전체주의적이며 배타적 민족적 유사성을 느꼈고 이 두 곳을 인간의 오만을 상징하는 바벨탑의 유적으로 가설했다. 그 결과로 그는 두 곳에서 귀화한 식물들을 이용해 인공적인 쓰레기 산, 즉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바벨탑을 보여주고자 하고 있다.
그는 과도기적 시대에 위기감과 비관적 관점이 팽배하고 있지만 예술가로서 다른 관점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 관점은 다름 아닌 차이성의 인정이다.
작품 '바벨탑' 내부에 들면 스테인드 글라스가 설치돼 있어 관객은 안과 밖에 대조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창세기에 언급됐던 신의 형벌인 서로 다른 언어들이 귀를 자극해 공감각적 관람이 가능하다.
2층 '정원으로 가는 길'은 직접 바벨탑 꼭대기로 올라가 볼 수 있도록 했으며 3층 '선택된 기억'에서는 설치작품 2점 드로잉 5점 아카이브 100여점과 참고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다.
'프레임 이후의 프레임'전은 1990년대 한국 사진계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슈와 논쟁, 현상들을 정리하고 한국현대사진의 방향성을 모색하고자 기획한 전시로 한국 사진 르네상스기 작품 250여점과 아카이브 1천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1부 '프레임의 경쟁'에서는 '만드는 사진'과 찍는 사진'을 통해 당대 사진가들의 매체 인식과 표현방식 간의 차이를 살펴보고 2부 '미술관으로 들어간 사진'에서는 사진 수용 과정과 미술과 사진을 넘나들며 사진을 표현매체의 하나로 활용한 미술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3부 '탈프레임의 징후'에서는 오브제의 재발견, 풍경을 넘어서, 여성주의 사진, 실재와 재현의 경계 등 4가지 양상을 소개하며 4부 '새로운 프레임의 모색:사진제도의 제 양상'에서는 사진집단과 운동, 전문기획자와 사진전문 공간의 등장, 출판과 저널, 학회, 교육 등 제 분야에서 진행된 제도적 측면에서 확인하고 있다. 문의 053)803-7900. 입장료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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