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2월 사이에 멧돼지 활동 왕성…“도토리, 밤 주으러 산에 들어가면 위험”
지난 5일 오후 대구 북구 매천동 한 야산. 나무가 빽빽한 산중턱에 오르자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북구지회의 민상식 대원(37)이 손바닥을 펼치며 일행을 제지했다.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지 말라는 신호다. 낙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만큼 정적이 흐르던 바로 그 때, 바위 뒤로 돌아가던 사냥개 한 마리가 급하게 빠져나왔다. 곧이어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괴성을 지르며 바위 사이에서 뛰쳐나왔다.
민 대원이 돌진하는 멧돼지를 간신히 피한 뒤 엽총을 쐈다. 멧돼지는 쏜살같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뒤따르던 곽주원(47) 대원이 "저 정도면 체중이 100㎏을 훨씬 넘는다. 덩치가 너무 크면 개들도 기가 눌려 짖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강영구(59) 야생생물관리협회 북구지회장을 비롯한 회원 4명은 매천동 일대에서 멧돼지 포획에 나섰다. 강 지회장은 "멧돼지가 낮에는 주로 수풀이 우거진 은신처에서 잠을 자는 점을 노린다. 사냥개가 멧돼지를 구석으로 몰면 대원들이 소리를 듣고 이동해 멧돼지를 잡는다"고 설명했다.
2~4년령인 사냥개 4마리는 거친 숨을 내쉬며 산속 멧돼지의 기척을 추적했다. 산 아래 아파트 단지가 훤히 보일 정도로 주택가와 가까운 야산이지만, 곳곳에 멧돼지 흔적이 넘쳐났다. 멧돼지가 진흙 목욕을 한 웅덩이 주변에는 발자국이 선명했고, 멧돼지가 몸을 비빈 주변 나무는 껍질이 떨어져 나가 있었다. 도토리나 지렁이 등을 먹으려 땅을 파헤쳐 놓은 흔적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이날 대원들은 5시간에 걸친 추적 끝에 멧돼지를 찾아냈지만 포획에는 실패했다.
번식기를 앞둔 멧돼지의 활동이 늘면서 대구시 구·군에 소속된 멧돼지기동포획단도 바빠지고 있다. 이맘 때 멧돼지는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지만 먹이가 점점 귀해지는 시기여서 주택가까지 내려오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지난해 달성군을 제외한 대구시 7개 구에서 잡힌 멧돼지 280마리 가운데 163마리가 10~12월 사이에 포획됐다. 지난달 24일에는 달서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멧돼지 서너마리가 출현해 한 마리가 포획됐고, 같은달 1일에도 앞산 궁도장과 항공무선표지소 등 3곳에서 멧돼지 1∼3마리가 연이어 발견되기도 했다.
대구의 멧돼지기동포획단은 달성군 22명, 동구 20명, 북구 10명, 수성구 7명 등 모두 65명이 활동 중이다. 그러나 올 들어 멧돼지 출몰 신고 건수만 429건에 달하고 234마리가 잡혔을 정도로 멧돼지 출현이 잦다. 지난해의 경우 667건의 신고가 접수돼 705마리가 포획됐다.
강 지회장은 "멧돼지는 산에서는 사람을 피하지만 도심에서는 위협을 느끼고 달려들 수 있다"며 "멧돼지는 직선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장애물 뒤에 숨는 것이 좋다. 특히 이 시기에 도토리나 밤 등을 채취하려 산에 들어가는 행동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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