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근 '낮달' - 당선소감

기억이라는 것. 세월이 흐를수록 희미해지는 추상. 오히려 뚜렷해지면서,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이미지. 수많은 찰나가 엉겨 붙어 이룩된 억겁이 비바람에 씻겨 바랜 것. 그것이 낮달이다.
낮달을 올려다보면 처연하게 살다 간 어머니의 얼굴이 보인다. 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번지는 희미한 미소. 이미지의 반은 낡고 닳았다. 그것은 내가 어머니 속을 다 태우고 남은 흔적이다.
어릴 적, 특히 어머니를 별나게 애먹인 데는 이유가 있다.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난 탓이다. 다른 형제에게 무엇을 빼앗긴다는 두려움이 내 마음속에 잠복했다. 속 깊은 곳에 그런 심리적 부담감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을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일로 풀었다. 너무 울어서 동네 울보였던 기억이 새롭다.
그러나 이제 울지 않는다. 나를 울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그 옛날 불안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어머니가 없어도 제법 앞가림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왠지 서운해서 자꾸만 되돌아보는 것은 왜일까.
나는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어머니를 의식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달았다. '어머니'라고 불러 놓고 나서야 제대로 된 고백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오늘 하루를 버티는 것도 다 어머니를 의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 세대에게 기회를 주신 매일신문사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주저앉지 말고 끝까지 완주하라고 주신 기회라 생각됩니다.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는 소중합니다. 심사해주신 위원님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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