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시골 5일장, 부활 성공 사례 있다

입력 2018-11-08 05:00:00

김주영 소설가·객주문학관 명예관장

김주영 소설가·객주문학관 명예관장
김주영 소설가·객주문학관 명예관장

'장흥 토요시장' 도회지 여행객 유도

대형 관광버스 40대 주차 시설 마련

가요무대 열어 파장까지 발길 잡아

젊은이 찾도록 현대적 커피숍 즐비

5일장은 1470년대 전라도 무안과 나주 등지의 사람들이 읍내로 나와 난전을 벌이고 물물교환을 한 것을 효시로 추정하고 있다. 그때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장시가 열렸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5일장으로 정착했다는 것이 지금까지는 정설이다.

그러나 장시가 열리기를 거듭하면서 민간의 풍속이 어지러워지고, 농사꾼들이 농토를 버리고 상업에 종사하게 됨으로써 갖가지 폐단이 생겨났다. 여기저기에서 금압 조치를 내려 달라는 상소가 빗발쳤으나 대세를 막을 수 없었다. 그 5일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마당 역시 대세를 막을 수 없어 나날이 번성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역시 5일장이 번성하였으나 제품의 대량생산이나 유통 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위축되어 장날의 풍경이 한적하기만 하다. 이젠 추억 속으로 사라질 위험마저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5일장을 되살리기 위해 다방면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인구 문제, 교통 문제, 유통 구조의 문제, 소비 패턴의 문제 등이 서로 얽혀 지난날의 번영을 회복할 징후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와중에 5일장 부활에 성공한 지자체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전라남도 장흥이 바로 그곳이다. 장흥 5일장의 성공은 그 지방의 자연환경과 지역의 특성을 섬세하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서 성공한 사례다.

우선 장흥은 5일장을 폐지하고, 대신 토요일마다 장이 서도록 조처했기 때문에 이름을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이라 부른다. 관광 유적지가 산재한 인근 시군에서 모여드는 도회지의 여행객들을 토요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장흥 시가지 오른쪽으로 길게 뻗은 탐진강 천변 제방을 사이에 두고 천변의 둔치 쪽은 대형 관광버스들이 40여 대나 주차할 수 있는 주차 시설을 마련했다. 제방을 넘어서면 주차장처럼 길게 뻗은 토요시장이 열리도록 조치하였다. 시장 양쪽 끝에는 가요무대를 마련하여 가수와 악단들이 파장 무렵까지 연예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근방에서 모인 1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다.

시장에는 인근 축령산 편백나무 숲에서 생산되는 표고버섯과 편백나무를 소재로 한 일용 제품들을 개발하여 팔고 있어 도시인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그뿐만 아니다. 도시인들의 추억을 건드리는 짚신이나 삿갓과 같은 옛 상품들도 팔고 있다. 음식으로는 유명한 장흥 삼합이 있다. 한쪽 장거리에는 사오십 명의 아낙네들이 줄지어 앉아 산나물과 채소를 팔고 있다. 그런데 그 아낙네들은 모두 목에 두 개의 명찰을 걸고 있다. 하나는 주민등록증이고 하나는 아낙네의 택호와 살고 있는 마을 이름이 적혀 있다. 아낙네들이 팔고 있는 산나물이나 채소들은 모두 인근 산기슭에서 채취한 것들이거나 자신들의 텃밭에서 유기농으로 기른 것들이다.

군청 담당자들이 토요장마다 아낙네들의 상품을 점검해서 유기농이 아니거나, 이웃 장시에서 몰래 사온 것을 되팔고 있는 것이 발견되면, 그 자리에서 택호가 적힌 명찰을 회수해 버린다. 그것은 매우 엄격하게 집행되기 때문에 소비자는 명찰만 보고 채소를 구매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한쪽으로 가면 장흥으로 시집온 다문화 가족들이 저마다의 나라에서 먹어왔던 다국적 음식을 팔고 있어 이색적이다.

시장 주변에는 인테리어가 현대적인 커피숍들이 즐비해서 젊은이들도 스스럼없이 토요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들 카페에서는 수시로 그림 전시회나 시화전이 열린다. 장흥은 소설가 송기숙 선생, 이청준 선생, 한승원 선생의 고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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