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성의 일상, 그 불편한 고통…키워드로 본 생리 현상

입력 2018-11-05 20:00:00

여성에게 매월 찾아오는
여성에게 매월 찾아오는 '생리'는 고통이지만 남성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생리휴가'를 드러내놓고 말하기엔 불편하다.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여자라면 다 하는 거 아냐?' 라고 가볍게 생각하기엔 생리는 숭고하고 위대한 인체의 신비이다.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고결한 준비라지만 실제로 여성의 생리는 고통스러우며 매달 반복된다.

이 기간 동안 충분한 휴식과 관리가 이뤄져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다. 생리로 느끼는 고통은 여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불편함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위생적으로나 건강을 위해 관리가 꼭 필요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보수적인 직장 분위기 속에 여성이 직장 상사에게 '생리 휴가'라는 말 자체를 꺼내는 것도 불편하다. 출산은 물론이고 매달 그녀가 겪는 물리적, 정신적 고통이기에 생리는 남자가 분담할 과제 중 하나다. 생리란 무엇일까? 생리 현상과 관련된 키워드로 상식을 넓혀보자.

▶PMS(Premenstrual syndrome), 월경 전 증후군

직장인 이 모(29)씨는 매 달 그 순간이 끔찍하다. 생리가 시작되기 2~3일 전부터 기분이 쳐지고 말하는 게 귀찮아지면서 옆에 사람이 있는 것도 싫어진다. 하루 종일 잠이 쏟아져 아무 것에도 집중하지 못한다. 더욱 무서운 사실은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생리 전조 현상이란 걸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학창시절엔 공부하느라 직장생활 전에도 바쁘게 취업 준비를 하느라 생리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월경 전 증후군(PMS)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이 씨는 왜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지 알 수 없었는데 10년 가까이 반복한 후에야 이 현상이 생리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 PMS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울증부터 급성 피부트러블, 그리고 무기력감까지 물리적, 심리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PMS는 생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여성을 괴롭히기 시작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그리고 한 달 안에 다시 찾아온다.

▶생리휴가

은행원 A(33)씨는 아내가 생리 때마다 장이 뒤틀리는 것 같다며 앓아눕는 모습을 보고 갸우뚱한다. 결혼 전 어머니나 누나는 생리 때문에 괴로워하는 걸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생리휴가를 쓰는 직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생리고통으로 지각출근을 해놓고 조직문화탓에 "몸이 안 좋다"고 둘러대야 한다.출산휴가 육아휴가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지만 생리휴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래서 제정된 것이 바로 생리휴가(근로기준법 73조)다. 대한민국 어느 회사에서나 한 달에 하루씩 쓸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행정안전부는 '생리'라는 어감이 직장 내에서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제안을 받고 '보건' 또는 '여성' 휴가로 명칭을 바꿀 예정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생리'라는 말을 불편하게 느끼는 대한민국이다. 아직까지 숭고한 인체의 섭리를 불편하게 여기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받는 휴가지만 무급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부산 연제구는 생리휴가 사용 여성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자체 조례를 지정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사기업도 생리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여직원은 매달 1회, 연간 12회 생리 휴가(유급)를 필수로 사용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휴가를 수락한 팀에 문화활동비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다.

▶세계 월경의 날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이다. 보통 28일 주기로 5일간 하는 여성의 생리, 월경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얘기하자는 취지다.'생리중'이라는 말을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감기,몸살처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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