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지방소멸', 정책 새 판 짜자

입력 2018-11-01 19:43:17 수정 2018-11-01 20:12:05

경제부 차장
경제부 차장

최근 후지산과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2층짜리 별장이 1엔(약 10원)에 매물로 나와 세계 언론에 회자됐다. 이 집의 주인은 관리 비용이 부담스러워 수차례 매각을 시도하다 팔리지 않자 결국 공짜로까지 내놨지만 세금과 수리비 부담 때문에 이 집을 사겠다는 이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인이 버리거나 세상을 떠나면서 생긴 빈집이 2013년에만 820만 채가 넘어 전체 주택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뉴스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초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섬의 작은 소도시 올로라이(Ollolai)시에서는 버려진 석조 주택을 단돈 '1유로'(한화 약 1천300원)에 내놨다. 인구 감소에 따른 유령 마을화를 막으려 시가 선택한 고육책이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라치오의 파트리카(Patrica), 토스카나의 몬티에리(Montieri), 시칠리아섬의 간지(Gangi) 등 9개 도시가 1유로 주택을 팔고 있으며, 영국 리버풀시도 2013년부터 '1파운드 주택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빈집이 수두룩한 대한민국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골의 소도시들은 이미 정착지원금까지 지급해가며 거주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올여름 한국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브리프 7월호에 실린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는 지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줬다. 228개 시·군·구 가운데 지방소멸 89개(39%), 지방소멸위험 1천503개(43.4%)로 분석됐다.

하지만 '지방소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아무리 기를 써도 바뀔 기미조차 없다. 여전히 젊은이들은 서울로만 향하고, 지역에 뿌리내리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구 혁신도시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하게 된 한 공기관 직원은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이 되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다시 서울로 가겠다. 모든 기회는 서울에 있다. 내 자녀가 더 많은 기회를 갖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입맛이 썼지만 이것이 지방이 처한 현실이다.

이제는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구호로만 외치는 국토균형발전, '시혜성'으로 찔끔 던져주는 지방소비세 소폭 인상 등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틀을 바꾸는 수준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본은 2014년 우리와 마찬가지의 지방소멸 위험을 경고한 '마스다 리포트' 이후 이른바 '지방창생전략'이라는 국가 차원의 대책을 진행 중이다.

젊은 세대의 도쿄 집중을 막고, 도쿄권에서 지방으로 이동하는 인구를 늘려 2020년에는 전입전출의 균형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우대와 인재알선사업 등 유인책을 제시하고, 정부 관계기관의 지방 이전, 지방대학의 강화 등과 함께 젊은 세대에 매력 있는 지역 거점 핵심 도시를 만드는 정책도 함께 추진됐다. 이 정책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2017년 20대의 25%가 지방 거주를 희망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한다.

우린 언제까지 '지방소멸'을 남의 일로만 치부한 채 수수방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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