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양 외과 전문의
세상의 모든 동식물은 주위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동물은 위험이 닥치면 심한 냄새를 풍기거나, 그 자리에서 도망가거나, 거꾸로 공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식물은 움직일 수가 없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는 가시를 가지거나 껍질을 아주 딱딱하고 맛없게 만들어 버린다. 약한 풀이나 채소들은 독소를 내는 방법 밖에 없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란 'phyto'=식물이 'chemical'=화학물질을 낸다는 뜻이다. 파이토케미컬은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암세포 성장을 늦추고, 세포 노화를 지연시키는 등 획기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졌다. 그래서 채식 전문가들은 다양한 색깔이 있는 식물마다 각자 다른 물질들을 내기 때문에 5가지 색의 채소를 즐기라는 권고한다.
파이토케미컬은 1천 종류가 넘게 있고, 대표적으로는 빨간 토마토에 있는 라이코펜, 흰 마늘에 있는 알라신, 노란 당근에 있는 베타카로틴, 보라색 아로니아에 있는 안토시아닌 등이 있다. 우리들이 벌레먹은 채소나 과일을 보면 주위가 딱딱하고 먹어보면 싸한 느낌이 난다. 상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방어작용으로 나온 파이토케미컬이다. 황 성분이 함유되어서 그런 맛이 난다.
우리가 매일 가게에서 접하는 채소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려움이 없이 키운 것들이다.때 맞추어 물주고 비료도 듬뿍 뿌리고, 사시사철 일정한 온도를 가진 온실에서 자란다. 아주 싱싱하다. 크고 부드럽다. 제철도 없다. 겨울에도 딸기가 나오고, 이른 봄에도 수박이 나온다. 귀하게 키운 자식같이 덩치도 크고 잘 생겼다. 하지만 이런 온실 채소들은 부실하다. 영양분도 적다.
동·식물은 자연에서 살아남고,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왔다. 식물들은 다른 나무들과 햇빛을 두고 자라는 경쟁을 하고, 수정을 위해 벌과 나비를 두고 유혹해야 한다. 철마다 피는 꽃들이 다른 이유는 자손을 퍼뜨리기에 가장 좋은 계절을 택하기 위해서이다. 겨울이 채 가시기 전에 눈을 뚫고 작은 꽃을 피우는 종류도 있고, 다른 꽃들이 전부 시들어가는 늦은 가을에 피는 꽃들도 있다. 자기한테 맞는 시기를 선택해서 그러는 것이다.
채소도 마찬가지다. 봄에 올라오는 부추만이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고, 가을 무만이 제대로 자체의 그 맛을 낸다. 키워서 파는 깻잎과 향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기 특색을 가지고 자란 채소만이 강한 파이토케미컬을 가진다. 그렇다면 소비자로서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가. 정답은 뻔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재배하고 제철에 나오는 벌레먹고 비틀어진 채소만 골라도 절반은 성공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