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현 학이사 독서아카데미회원
프랑스 파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에펠탑. 라스베이거스는? 도박, 네온사인. 그렇다. 도시마다 그 도시를 연상하는 랜드마크 같은 상징이 있고, 그 상징은 건축물과 관련이 깊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대학, 방송, 칼럼에서 활발하게 건축을 설파하는 유현준이 도시와 건축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종으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횡으로 동양과 서양을 오가며 도시를 분석한다.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란 부제목에 드러나듯 책은 인문학 관점에서 도시와 건축을 고찰한다. 1~6장은 도시의 발달과 현대 도시 특성, 걷고 싶은 거리, 공간과 권력 위주로 도시를 조명한다. 7~13장은 아파트, 사무실, 교회, 공원 등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과 공간에 초점을 둔다. 14장은 동서양 건축의 배경을 이루는 사상을, 15장은 건축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서술한다. 책 곳곳에 사진, 그림, 스케치를 넣어 독자가 내용을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준다.
책이 말하는 도시는 성장, 발전, 진화하는 유기체와 같다. 상수도 시스템을 만들어 수로 네트워크를 형성한 고대 로마, 방사형 교통망으로 19세기를 대표하는 도시 파리, 전화 통신 시스템을 구축한 20세기 뉴욕의 사례에서 보듯이 도시는 진화한다. 이 진화는 같은 공간에서도 이루어진다. 뉴욕의 소호, 할렘, 하이라인공원처럼 도시가 형성된 후 사람들이 이합집산하면서 생긴 슬럼 지역이나 공터가 재생사업으로 되살아나는 경우를 말한다.
저자가 보는 현대 도시는 아름답지 않다. 고밀화된 공간에서 지나치게 규모가 큰 건물에 비하면 인간은 왜소하다. 유리와 벽으로 막고 복도와 엘리베이터로 연결한 건물은 답답하다. 골목과 거리마저 사라지고 있어 삭막함이 든다. '휴먼스케일'에서 벗어나고 사람 냄새를 못 느끼는 건축물로 구성된 현대 도시는 아름다움과 거리가 멀다.
유현준이 말하는 좋은 건축은 '소주'가 아니라 '포도주'다. 공장에서 화학 공식에 따라 대량 생산하는 소주와 같은 건축이 아니라, 만드는 지역의 기후와 토양, 담그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맛이 다른 포도주와 같은 건축. 이런 건축은 그 지역의 개성과 정체성을 보여 준다. 철근 콘크리트 재료에 규격화한 디자인, 틀에 박힌 형식에 익숙한 건축에 변화가 필요하다.
책은 건축인이 가져야 할 가치관과 나아갈 방향을 이렇게 제시한다. 건축은 사회, 경제, 역사, 기술의 산물이지만, 건축가는 건축'물'을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 건축가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아름다운 인간의 삶이고, 건축은 사람의 삶을 디자인해야 한다.
저자는 책 중간중간에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그 대답을 하나하나 풀어간다. "거리 대신 도로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가 잃은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경제가 발전하면서 얻은 것이 많다고 말해 왔지만 사실 우리는 주변의 질 좋은 공간을 팔아서 물건을 산 것일 뿐이었다."라고 답한다. 이처럼 저자는 도시와 건축을 매개로 독자가 삶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대구'하면 독자는 무엇이 떠오르는가? 안타깝게도 필자는 '소비도시'란 말이 연상된다. 최근에 유행하는 근대골목 투어, 김광석 거리는 그다음이다. 우리 지역의 본모습을 보여주는 건축이 더 필요하다. 대구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포도주'를 만들고 싶은 독자에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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