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환경 재앙…강력한 태풍으로 되갚는 지구온난화

입력 2018-10-31 18:23:33

발생빈도 늘고 속도 느려져, 피해 더 키워

제26호 태풍
제26호 태풍 '위투'가 강타한 사이판 해변 인근에 야자수가 훼손되고 차량들은 전복돼있다. 연합뉴스

최근 일본과 사이판이 강력한 가을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가운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가을 태풍이 더 잦고 강력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4일 사이판과 티니안 등 북마리아나제도를 강타한 제26호 태풍 '위투'의 영향으로 공항이 폐쇄되고, 한국인 관광객 1천여명의 발이 묶였다.

순간최대풍속이 시속 290㎞에 달했던 위투는 기상 관측 이래 사이판을 지나간 태풍 중 가장 강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달 4일에는 제21호 태풍 '제비'가 순간최대풍속 216㎞/h의 강풍과 함께 일본을 강타해 11명 사망하고 간사이 국제공항이 물에 잠기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기상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을 태풍 피해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열린 한국기상학회 가을학술대회에서 서울대와 부산대, UCLA 등 6개 기관 공동연구팀은 "2100년쯤에는 매년 한반도와 일본으로 향하는 태풍 숫자가 지금보다 4개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으로 향하는 태풍이 평년 기준 3.1개인 점을 감안하면 태풍의 숫자가 두배 이상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가 더 많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위도에 따른 온도 차이가 줄면서 편서풍이 약해지고 구름이 흩어지지 않아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

태풍 이동속도가 느려지면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월 미국해양대기청(NOAA)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태풍과 열대저기압의 이동속도가 60년 전보다 10% 정도 느려졌다고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 서쪽 지역의 태풍은 이동속도가 20%나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발생 빈도의 상관 관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태풍의 강도가 세진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 "최근 국내 연구 중에는 7, 8월 태풍이 줄고 6월과 9월 태풍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6월은 장마로 지반이 약한 시기이고, 9월은 농작물 수확기여서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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