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정책결정 과정에 마치 대구경북에 엄청난 원한을 가진 듯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구 물산업클러스터 위탁기관으로 부실 경영의 한국환경공단을 선정한 것을 비롯해 낙동강 오염 주범인 영풍석포제련소의 감독 외면, 대구 취수원 이전 반대 등이다. 이번에는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수도권에 설립하려는 의도까지 내비쳤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물기술인증원은 규모, 매출 측면에서 그리 매력적인 기관이 아니다. 그런데도,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물산업클러스터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물기술인증원이 달성 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되는 물산업클러스터 안에 위치해야 경제성과 효율성을 살릴 수 있다.
지난 2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천규 환경부 차관이 물기술인증원의 설립 지역 고려 사항으로 ‘민원인 편의성’을 꼭 짚어 언급했다.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은 물기술인증원을 한국환경공단이 있는 인천에 설립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환피아(환경부+마피아)의 술수로 의심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물기술인증원이 물산업클러스터가 아닌 다른 곳에 설립되면 막대한 예산 낭비를 부른다. 물산업클러스터에 설치되는 시험 장비 194종, 248대가 물기술인증원의 필수 장비 및 기자재 92%와 중복되기 때문이다. 물기술인증원을 엉뚱하게 수도권에 계획하고 있다면 예산을 그냥 내버리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박 차관은 “입지 문제는 결정나지 않았다. 연구 용역을 통해 종합 검토하겠다”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여러 사례를 볼 때, 환경부의 정책결정 과정은 ‘환피아’의 입김으로 의심되는 결론이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농후했다. 지역에서의 환경부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환경부가 또다시 경제성, 합리성을 무시하고 예산을 낭비하려고 시도한다면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