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잡음, 대구문화재단을 진단한다

입력 2018-10-31 18:48:27 수정 2018-11-01 09: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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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직원들간 알력 심각

대구문화재단의 내부 갈등 및 비리 의혹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본지 10월 31일자 2면 보도)에까지 오르자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곪을대로 곪은 것이 이제야 터졌다"며 대구시에 철저한 조사와 재단 정비계획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문화재단(이하 문화재단)은 2009년 설립돼 연간 수백억원대의 예산으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직원간 알력과 전근대적 조직분위기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보조금 집행을 두고서도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특정 예술단체에 대한 편파 지원 의혹은 해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본부장급과 팀장급 직원들 간 갈등은 '사생결단 수준'이라는게 재단 안팎의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문화재단이 대구시민과 예술가들을 위한 문화행정은 뒷전이고,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세월 다 보낸다"고 비판한다.

◆끝없는 내부갈등, A간부가 논란의 '핵'

지난 9월 문화재단이 수탁 운영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인 대구예술발전소에 몇가지 문제가 생기자 문화재단은 대구시의 지시로 하는 것처럼 자체감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문화재단을 관할하는 대구시문화체육관광국은 "감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A간부는 "대구시의 지도점검 후, 문화재단 대표의 지시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 감사를 통해 B팀장은 중징계를 받았다.

본지가 문화재단 논란 취재에 착수하자, 재단 직원들은 A간부의 각종 폐해와 문제를 담은 A4용지 6장 분량의 답변서를 보내왔다. 이들이 제기한 문제는 ▷A간부 자신과 함께 입사한 동료 팀장과 초대 재단 사무처장을 음해해 퇴사시키고 ▷문화재단 대표와 직원간 소통을 차단했으며 ▷공채로 입사예정인 사무처장에 대한 악소문을 퍼뜨려 입사 저지하기 등이다.

재단 직원들은 "지난 9년 동안 문화재단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떠나게 된 평직원, 팀장급, 사무처장, 대표들은 한결같이 A간부와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A간부는 이에 대해 "초대 사무처장을 음해해 사퇴시켰다는 주장은 당시 초대 대표의 재단운영에 관한 방침과 갈등으로 인한 것이지 음해한 일이 없으며, 직원간 소통차단은 직전 대표와 직원들간의 술자리가 길어지면서 사내 소문이 좋지 않아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자제하라고 당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공채 입사예정 사무처장 악소문 퍼뜨리기 등도 저를 음해하기 위한 악의적인 공격이며, 여러 가지 사안들이 추측과 허상으로 만들어져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 덧붙였다.

A간부는 또 2018 동아시아 보자기축제(예산 4억5천만원)를 대행한 업체 대표가 인척관계(이종사촌)인 점도 의혹을 사고 있다. A간부는 업체선정 심사전에 사적 이해관계 신고서와 업무 담당 공직자의 직무 재배정 및 조치 신청서를 공무원 내부 전자문서로 작성·결재받아야 하지만 종이 문서로 대체하고, 문서 일련번호도 간이번호로 적었다.

올해 조달청 입찰로 선정한 대구컬러풀페스티벌(예산 20억원)은 A간부가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지만 A간부의 인척이 페스티벌을 대행,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내부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논란이 뜨거운 대구문화재단 직원들이 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내부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논란이 뜨거운 대구문화재단 직원들이 서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 상호비방·비리 의혹도 잇달아 제기 돼

문화재단 10여명의 초창기 멤버 중 현재 남아있는 직원은 4명이다. 이 4명 중 한 명이 A간부이고, 나머지 3명은 팀장급이다. 이들은 모두 문화재단 핵심 인력이지만 상호간 극심한 갈등으로 조직 분위기는 엉망이다. 걸핏하면 터져나오는 각종 업무비리 제보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역시 이들의 다툼과 무관치 않다.

내부 갈등은 노조 이원화로 극에 달했다. 3년 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로 노조가 양분된 것. 당초 노조는 초창기 멤버인 3명 등 정규직 위주의 노조였는데, A간부는 수적으로 더 많은 비정규직(계약직) 중심의 또다른 노조를 만들어 정규직 노조에 맞서게 했다. 현재는 뒤늦게 만든 비정규직이 중심이 된 노조만이 있고, 처음 만든 노조는 유명무실하다.

노조 양분 이후 내부 직원 상호간의 불신과 불만은 확대됐고, A간부는 자기 편에 서지 않는 직원들을 철저히 견제·감시했다고 복수의 문화재단 직원들이 밝혔다. 문화재단 내 한 직원은 "A간부는 언론을 누구보다 잘 이용하고, 주변 비호 인맥도 두터워 내부 직원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수년 동안 재단 내부의 각종 의혹과 루머는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문화재단 직원들에 따르면 A간부는 대구예술발전소 유리 파티션 공사를 개인적 친분관계에 있는 디자인회사에 발주하고 문화재단이 수탁운영하는 대구예술발전소에 소장이 있음에도 팀장급 직원이 A간부의 뜻을 받들아 직원들 사이에서 제왕으로 군림했다는 것.

A간부는 이같은 의혹과 주장에 대해 "그야말로 어이가 없다. 증거나 근거가 있으면 그런 사실을 가지고 고발을 하라.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반박했다.

문화재단은 출범 10년을 맞이했지만 직원들끼리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문화예술계와 대구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직원 상하 구분없이 권위의식 팽배

대구문화재단은 지난 4월 외부 기업경영컨설팅센터에 의뢰해 '대구문화재단 조직진단'을 받았다. 응답자는 설문 대상인 60명 중 53명(88.3%)이었으며, 인터뷰 참여자는 50명(83.3%)이었다.

진단결과 '갈등관리 GAP'이 62점으로 조직문화 개선항목 1순위를 기록했다. 직원들 사이 ▷라인(Line) 형성 ▷직급간 갈등 ▷인사운영관련 직원 갈등 팽배 등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직원들은 '갈등관리'를 재단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조정자가 사실상 없다"고 말한다.

직원들은 문화재단이 개선해야 할 문제점 중 2순위로 '존중'을 꼽았다. "간부들의 반말, 폭언, 심한 권위의식, 군대식 수직적 조직 문화, 인격모독 업무분장 사유화" 등을 재단의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인식했다. 또 업무와 관련해 직원 자율성이 원천 차단당하고, 모든 기준이 간부들의 의견과 생각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고위직 뿐만 아니라 중간간부들도 폭언과 반말, 공개 망신, 장시간 훈계 등 전근대적 행태를 일삼는다고 토로했다.

재단 직원들이 개선 항목 3순위로 지적한 것은 '직속 상사의 리더십'이었다. 팀장을 비롯한 보직자들의 역량 및 인성, 리더십이 부족해 업무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대구문화재단 직원들은 잦은 인사와 재단대표의 중도사퇴 반복으로 재단이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AP=중요도와 현재 만족도의 차이(GAP)을 말하며, GAP이 클수록 양자간 괴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GAP이 클수록 우선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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