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청원시작, 1000여 명 동의
지역 신문과 방송을 통해 올해에만 수차례 폭로와 상호 비난전을 이어 온 대구문화재단(대표 박영석) 직원들간 싸움이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불똥이 튀며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익명의 한 네티즌은 26일 '대구문화재단 채용비리, 수십억대 예산 친척회사로 몰아주는 비리를 철저하게 조사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으며 30일 오후 8시 현재 900명 남짓한 인원이 청원에 동의했다.
이 게시글은 '대구시 산하 대구문화재단의 고위간부가 자신의 이종사촌에게 매년 수십억원대의 일감을 몰아주는 비리를 자행해왔다는 의혹을 파헤쳐달라'는 내용이다.
청와대 청원을 쓴 고발인은 고위간부는 2급 본부장으로 직원간 갈등과 위화감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본인의 이종사촌에게 특혜를 줬다며 "이 간부를 철저히 조사해 해임시키라"고 요구했다.
대구문화재단은 오래 전부터 내부 직원들이 언론을 통한 폭로·비난전과 이를 통해 싫은 사람 내몰기와 자체 감사, 징계, 상호감시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특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타깃이 된 고위간부와 몇몇 팀장들간 갈등의 골은 대구시나 대구문화재단 내부에서도 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해당 고위간부와 몇몇 팀장들은 재단 설립 멤버로 입사해 지금까지 함께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로 서로를 공격하기 위해 내부자료를 언론에 흘리고, 언론보도를 근거로 상대방에 대해 2차, 3차 공격을 펼치는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은 최근 대구예술발전소(대구문화재단이 운영)에 대한 자체감사를 실시, 특정 팀장을 중징계했다. 당시 감사반장은 청와대 청원에 타깃이 돼 있는 간부다.
문화재단측은 감사 배경을 "대구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지만 대구문화재단을 관할하는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 관계자는 "대구문화재단에 자체 감사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단은 대구시가 요청하지도 않은 감사로 팀장을 징계하고, 팀장 측은 언론을 통해 불법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지경에 이르자 대구문화예술계에서는 "해체 수준으로 문화재단을 정비하고, 완전히 새판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문화재단 박영석 대표는 계속되는 내부 혼란에 대해 "당혹스럽다. 뭔가 똑 부러지게 드러나는 비리가 있다면, 단호하게 처벌하겠다"며 "직원간 갈등 때문에 경영기획본부장 자리마저 공석인 상태다. 계속되는 악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