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항공산업' 어떡해…핵심 인프라 수도권 뺏길 판

입력 2018-10-29 16:26:27 수정 2018-10-29 18:15:42

영천시 녹전동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는 지난 8월 항공기 부품 시험평가장비 21종 29점을 모두 갖췄다. 민병곤 기자
영천시 녹전동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는 지난 8월 항공기 부품 시험평가장비 21종 29점을 모두 갖췄다. 민병곤 기자

영천시 녹전동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는 2015년 준공됐다. 민병곤 기자
영천시 녹전동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는 2015년 준공됐다. 민병곤 기자
보잉 다기종 항공전자시험시스템. 매일신문DB
보잉 다기종 항공전자시험시스템. 매일신문DB

경북도와 영천시가 항공산업 육성사업에 손을 놓은 사이 항공기 전자부품 정비와 관련 핵심 인프라를 수도권에 뺏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천시 녹전동은 국내 최초로 들어선 항공전자시험평가센터, 보잉 항공전자 유지·보수·정비(MRO)센터 등 항공산업 육성의 핵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보잉은 최근 영천시에 이메일로 '항공전자 MRO센터의 장비를 다른 파트너사로 이전하고 센터를 비워두면 경북도와 영천시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영천시는 "이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며 "MRO센터를 비워두면 기부채납이나 원상 복구를 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보잉코리아 측은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의 장비 이전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많은 섭섭함을 드러냈다.

보잉코리아 관계자는 "보잉은 지금까지 영천에 1천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경북도와 영천시는 투자유치 후 이에 부응하는 직접적인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다.

보잉 항공전자 MRO센터의 핵심 장비는 '보잉 다기종 항공전자시험시스템'(BMATS)으로 2015년 미국을 제외하고는 영천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보잉은 항공전자 MRO센터를 기반으로 지난해 공군과 F-15K 전투기에 대한 성과기반군수지원(PBL) 계약(5년)을 체결했다. 성과기반군수지원 계약은 전투기 가동률을 비롯한 성과 지표 달성 여부에 따라 성과금 또는 패널티를 부여한다.

전문가들은 보잉이 다기종 항공전자시험시스템 장비를 인천 파트너사로 이전하려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고 경북도와 영천시의 항공산업 방치를 비판하고 있다.

이진학 전 경북도 항공산업정책자문관은 "보잉은 차세대 전투기사업, 공중급유기 선정사업 등에서 밀려나 당초 계획대로 영천에 투자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북도와 영천시가 보잉을 붙잡으려는 노력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황영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항공시스템기술그룹장은 "항공기 인테리어 사업으로 조명과 디스플레이 관련 시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외국 항공사가 벌써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경북도와 영천시의 항공기 인테리어 사업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보잉사는 지난달 서울시와 첨단 항공우주연구개발(R&D)센터인 보잉한국기술연구소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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