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아! 박정희

입력 2018-10-26 05:00:0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자주 한 말이다. 야당의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쏟아진 비난을 자신이 모두 감수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진보학자 누군가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라고 했지만 박 대통령의 이 말은 국가 지도자가 지녀야 할 신념과 의지를 표출해 두고두고 회자할 만하다.

영국 신문 더 타임스는 1951년 사설에서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느니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그런 모욕을 받던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모범 국가가 됐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경제 발전도 이뤄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렇게 단기간에 성취한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 토양이 되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게 해결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요원하다는 사실을 많은 나라가 증명하고 있다.

산업화=보수, 민주화=진보라는 등식이 어느 정도는 성립한다. 산업화를 일군 박 대통령은 보수의 근간이다.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많은 사람이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신을 흠모하고 있다. 박정희란 존재는 풍비박산이 난 보수를 다시 일으키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50년 집권론을 펴는 진보 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에 타격을 가해 보수를 궤멸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 대통령 고향인 구미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예사롭지 않다. 민주당 소속 장세용 구미시장이 새마을과를 없애고 내년부터 행사에 새마을 명칭을 빼기로 했다. 박 대통령 추모식과 탄신제에 시장이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박 대통령 생가 옆에 건축 중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도 박정희 이름을 뺀다고 한다.

오늘은 박 대통령이 서거한 날이다. 고향이자 정성을 다해 키운 구미에서 자신의 흔적이 지워지는 것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박 대통령은 어떤 심경일까. 김재규가 쏜 총탄을 맞고 마지막으로 했던 말을 되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괜찮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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