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지지 않는 디지털성범죄…최근 3년 간 대구에서만 1천700여건

입력 2018-10-24 05:00:00

불법 유포해도 상대적으로 처벌 가볍고 성범죄 인식도 부족

대구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최근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전 남자 친구와 함께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나체 사진이었던 것. A씨는 해당 계정 주인에게 사진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미 사진은 빠르게 퍼진 뒤였다.

지인들이 사진의 진위에 대해 물어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자 A씨는 경찰에 유포자 등을 신고했다. 그러나 어디선가 자신의 나체 사진이 떠돌고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에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렸다.

A씨는 "언제 찍었는지도 모르는 사진이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것을 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당황스러웠다"며 "가족들이 알게 될까봐 무섭다"고 했다.

최근 악의적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는 '리벤지 포르노' 등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허술한 법망과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 탓에 좀처럼 숙지지 않는 형편이다.

23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5~2017년) 대구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및 유포 관련 범죄 발생건수는 모두 1천684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발생한 불법촬영 및 유포 관련 범죄는 3만555건에 달했다.

불법촬영 및 유포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성폭력특별법 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통신매체이용음란죄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가 있다.

불법촬영 범죄가 활개치고 있지만 법망은 느슨하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의사에 반해 촬영하거나,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를 처벌하는 법 규정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여성의 신체를 49차례나 불법 촬영한 한 20대 남성은 피해자가 법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는 증언을 했음에도 불구, 무죄를 선고받아 논란이 일었다. 촬영된 신체 부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불법촬영물을 내려받거나 동영상을 재촬영해 유포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대구경찰청 사이버팀 관계자는 "SNS 사진을 캡쳐해 성적 희롱과 함께 배포하는 경우에도 성폭력보다는 명예훼손 등에 해당될 소지가 높다"며 "음란물 배포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 처벌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편"이라고 했다.

현실에 맞는 관련 법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정순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 검거율은 높지만 유죄율이 2%대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현실을 반영한 법 개정과 함께, 동의 없이 유포된 영상물을 소비하는 것도 성폭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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