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구 고속철도역' 9부 능선 넘었다… 조성 이후 대구는?

5개 광역 철도노선 지나며 새 교통허브 자리매김
낙후한 대구 서남부권 도심재생 핵심 시설 역할도

22일 오후 대구 서쪽 하늘에서 바라본 서대구고속철도(KTX)역 부지. KTX 서대구역사 건립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대구시는 이곳을 대구 서'남'북부지역의 교통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비어있는 옛 서대구 복합화물역 땅에 고속철도역을 지어 포화상태인 동대구역의 기능을 분산하고, 낙후한 서대구권의 균형발전을 꾀하려는 '서대구 고속철도역' 계획이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어섰다. 핵심 승인절차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기획재정부의 총사업비 심의를 통과한 덕분이다. 오는 2021년 들어설 서대구 고속철도역은 대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릴 밑바탕이 될 전망이다.

◆ 5개 철도노선 지나는 '대구 새 교통허브'

22일 대구시에 따르면 서대구 고속철도역에는 ▷대구권 광역철도 ▷대구산업선 ▷달빛내륙철도 ▷통합신공항 공항철도 ▷경부고속선 등 5개의 철도노선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는 현재까지 확정된 총 사업비 703억원 중 203억원을 광역철도 관련 시설에, 500억원을 고속철도 관련 시설에 배분한 상태다. 향후 다른 노선이 유치될 것에 대비해 역사 규모도 키웠다.

서대구 고속철도역은 지역 숙원사업이자 대구경북 간 상생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구권 광역철도'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잡게 된다. 서울에서 경기, 강원까지 연결하는 수도권 전철처럼 대구와 구미 등 '대구권'을 도시철도 형태로 묶어 하나의 생활권이자 경제권으로 연결하는 대규모 철도교통망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대구시는 서대구 고속철도역 건립사업이 기획재정부 총사업비 심의를 통과해 연내 착공이 확실시된다고 22일 밝혔다. 2020년 준공 예정인 서대구고속철도역 조감도. 대구시 제공

철도교통망을 활용한 광역경제권 조성이 가져올 경제 효과는 수도권 전철의 사례로 미리 내다볼 수 있다. 실제로 춘천은 2010년 경춘선 전철 개통 이후 1년만에 관광객은 26.3%가 늘었고, 요식업소 매출도 34.6% 상승했다.

대구 도심과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국가산업단지 일대를 연결하는 대구산업선과 통합신공항의 연결고리인 공항철도, 영·호남 상생협력사업인 달빛내륙철도는 아예 서대구 고속철도역을 출발점으로 활용한다. KTX와 SRT 등 지금까지 동대구역에만 정차했던 고속열차들도 향후 서대구역을 적극 활용하는 이원화 체제를 구성하게 된다.

시는 근거리 노선(대구권 광역철도, 대구산업선, 공항철도)과 장거리 노선(달빛내륙철도, 경부고속선)을 서대구역에 적절하게 접목하면, 대구 광역경제권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근거리 노선은 대구권 550만 시·도민을 단일 생활권으로 연결하고, 장거리 노선은 전국 각지와 대구를 잇게 된다"며 "대구 서부권 개발과 더불어 인근 성서산업단지 가동율 향상과 기업유치 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 낙후한 대구 서남부권 도심재생 마중물도

서대구 고속철도역은 낙후한 대구 서남부권 도심환경을 되살려줄 앵커 시설(도심재생을 위해 공공에서 조성하는 거점)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는 새 역사가 서대구권 지역개발의 중심 노릇을 할 수 있도록 기본설계 당시 계획했던 건축연면적(5천337㎡)을 총사업비 심의 과정에서 7천183㎡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기본계획 당시 573억원(국비 142억원, 시비 431억원)이었던 총 사업비는 703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시는 늘어난 사업비 130억원은 모두 시 예산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서대구 고속철도역이 들어설 서구 이현동 일대는 과거 지역 산업의 중심이었지만, 산업구조 변화와 함께 악취와 공해 등으로 도심 정주환경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폐수처리장을 비롯해 2차 산업 업체들이 주로 입주한 염색산업단지 및 서대구산업단지와 가까운 탓이다.

대구시는 서대구 고속철도역이 향후 서·남부권 철도 이용객들을 흡수하면서 자연스레 인근 기반시설 개선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미 서대구역 개발에 맞춰 인근 하폐수처리장 3곳(달서천, 북부, 염색산단)을 통합 지하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고, 1천706억원을 들여 2024년까지 서대구산단 재정비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난 5월 발주한 '서대구역세권 주변 연계 개발 기본구상 및 개발방안 수립 용역'도 연말 최종보고회를 목표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