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잡으려다 개 잡은 낚싯바늘…"호기심에 킁킁대다 꿀꺽"

입력 2018-10-22 09:29:38 수정 2018-11-06 10:46:13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낚시 에티켓이 동물 살린다

낚싯바늘을 삼켜 수술을 받은 개
낚싯바늘을 삼켜 수술을 받은 개 '강복이'.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개들은 호기심이 많아 처음 보는 물건이 있으면 코를 킁킁거리며 입을 대는 습성이 있다. 특히 어린 강아지, 식탐이 강한 개는 무심코 이물을 삼키는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사고로 진주에서 급한 수술 의뢰가 왔다. 낚시 바늘을 삼킨 개 '강복이'의 엑스레이 사진에는 복강에 3개, 흉강에 1개의 낚시 바늘이 확인됐다.

일단 날카로운 이물질이 입안에 걸리게 되면 개는 캑캑거리며 뱉으려는 행동과 삼키려는 행동을 반복한다. 다행히 이물이 뱉어지면 좋겠지만 이물질을 삼키는 경우, 날카로운 이물이 흉부 식도를 통과하며 식도를 찢고 흉강으로 침투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흉강은 심장과 대동맥 등 중요한 혈관들이 밀집돼있어 흉강 내에 날카로운 바늘이 돌아다닌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강복이의 엑스레이 검사 사진.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강복이의 엑스레이 검사 사진.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강복이의 경우 식도 내에 낚싯바늘이 존재한다면 내시경으로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낚싯바늘이 흉강으로 침투되었다면 흉부를 절개하여 폐와 심장, 대동맥을 헤집으며 바늘을 찾아야 한다.

수술에 앞서 여러 검사가 진행되었고 내시경과 복강 수술 뿐 아니라 개흉 수술까지 준비됐다. 마취 후 바로 내시경이 식도로 삽관됐다. 다들 모니터를 바라보며 낚싯바늘이 식도 안에 남아있기를 바랐지만 낚싯바늘은 보이지 않았다. 굵은 낚시줄 매듭이 식도 점막에 박혀진 채 연장선이 위를 향해 팽팽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미 낚싯바늘은 식도를 뚫고 흉강으로 들어간터라 수술팀은 서둘러 좌측 늑간 사이를 절개하고 폐를 밀쳐 올리고 심장을 피해 대동맥 주변에 낚싯바늘을 찾기 시작하였다. 엑스레이 사진과는 달리 흉강 내에서 작은 바늘 찾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낚시 바늘은 대동맥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고 주변의 혈관과 심장에 상처를 입히진 않았다.

강복이가 삼킨 낚싯바늘.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강복이가 삼킨 낚싯바늘.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흉강 내 낚싯바늘이 제거되고 찢어진 식도를 봉합 후 복강 내 낚싯바늘 제거하기 위해 장 절개수술을 했다. 장내에 존재한 낚싯바늘은 어렵지 않게 제거됐으며, 식도부터 장까지 하나의 줄에 연결된 낚싯바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친 강복이는 빠른 회복을 보여 6일 뒤 건강을 찾아 퇴원했다.

그렇다면 강복이는 왜 낚싯바늘을 먹었을까? 강복이네는 진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인근 하천에는 낚시꾼들이 자주 들렀다. 사고 당일 강복이는 여느 때처럼 하천을 탐색하다 무언가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입을 댄 것으로 보인다. 먹을거리라 판단했지만, 줄줄이 엮인 낚싯바늘이 입안에 걸리며 이미 뱉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보호자가 처음 강복이를 발견했을 때는 입안에 바늘이 보여 제거하려 했지만, 통증과 불안감이 가득한 강복이는 주인의 손길을 허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낚싯바늘은 목구멍을 넘어 사라지고 말았다.

수술 후 마치고 회복 중인 강복이.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수술 후 마치고 회복 중인 강복이. 박순석 대표원장 제공

순하디 순한 강복이의 눈빛을 바라보니 화가 났다. 낚시인의 취미 생활은 이해한다. 하지만 낚싯바늘이 달린 낚싯줄을 하천에 방치하면 누군가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하실까? 지난해 창녕에서 낚싯바늘이 목에 걸려 구조된 자라는 낚싯바늘 제거 수술을 받고 자연으로 돌아갔다. 경산에서 구조된 백로는 발과 날개에 낚싯바늘과 낚싯줄이 엉켜 외상과 탈진으로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무심코 방치한 낚싯줄과 낚싯바늘은 동물에게는 매우 고통스러운 살상 도구가 될 수 있다. 낚시 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취미 활동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추어야 한다. 낚시 후 남겨진 쓰레기와 낚시도구들을 깨끗이 챙기는 등 동물들을 배려하는 낚시인의 에티켓이 널리 퍼지기를 소망해 본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SBS TV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알려진 박순석 수의사는 개와 고양이, 조류, 파충류, 특수동물, 야생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들을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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