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인사이트]신화부터 젝스키스까지

입력 2018-10-17 11:36:01

1세대 아이돌 그룹 활동 눈길

H.O.T 콘서트장
H.O.T 콘서트장

신화부터 젝스키스까지. 10월의 시작과 함께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차례로 콘서트를 열거나 방송활동을 재개하며 팬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신화와 H.O.T-젝스키스는 단독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만났고 god는 JTBC 새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같이 걸을까'에 모습을 보였다. 멤버 강성훈을 제외하고 4인 체제로 무대에 오른 젝스키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세 팀은 오롯이 '완전체'의 모습으로 팬들 앞에 나섰다. 신화가 데뷔 20년, H.O.T는 22년, 젝스키스 역시 21주년을 맞이한 그룹이다. god도 내년 1월이면 20년차 그룹이 된다. 신화는 데뷔 후 줄곧 그룹명을 유지하며 멤버들이 함께 했고, 해체 선언을 하지 않고 팀 활동을 중단했던 god는 2014년 전 멤버들이 모여 활동재개 소식을 알렸다. 공식적으로 그룹 해체 선언을 했던 젝스키스와 H.O.T는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MBC '무한도전-토토가'를 통해 재결성됐다.

H.O.T
H.O.T

# 신화, 20년에 걸쳐 그룹 생활 유지

90년대 중반, H.O.T를 기점으로 차례로 데뷔한 아이돌 그룹들이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며 가요계의 흐름은 '댄스 음악 강세'로 싹 바뀌었다. 신승훈-이승환-김현철-신해철 등 '싱어 송 라이터' 계열과 또는 연주 실력을 주무기로 내세워 노래까지 부르던 뮤지션보다 아이돌 댄스 그룹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이 시기를 거치며 가요 산업 역시 '돈이 되는' 아이돌 위주로 재편됐다. 현재 국내 가요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진 기획사들도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인기 아이돌 그룹을 거느리고 있다. 작사-작곡 및 프로듀싱 능력을 갖추고 악기까지 다루는 뮤지션들이 여전히 가요계를 이끌고 있지만, 이런 활동을 하고 있는 뮤지션 중에서도 아이돌로 데뷔해 입지를 굳힌 케이스가 많아졌다. 재능있는 10대 가수 지망생이 기획사에 들어가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후 아이돌의 이미지로 데뷔하고, 젊은 층에 어필해 활동 기반을 다진 후 개인의 음악적 역량이 단순 아이돌 스타 이상일 경우 뮤지션으로 발전하는 식이다. 결국 현재 대한민국 가요계는 아이돌 가수 위주의 산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의 태동은 90년대 중반, 소위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신화
신화

신화는 그 시기에 데뷔한 남성 댄스 그룹 중 거의 유일하게 해체 과정을 겪지 않고 현 시점까지 온 팀이다. 여러 그룹이 팀 내부 및 기획사와의 갈등 또는 인기 하락 등의 이유로 해체 수순을 밟고 팀 활동을 중단할 때, 신화는 오히려 "전 멤버가 끝까지 함께 하겠다"며 그룹 활동을 고수했다. 나이가 들면서 팔팔하고 산뜻한 후배 그룹과 맞대결을 벌여야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파워 넘치는 댄스 실력과 세련된 음악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물론, 활동을 이어오는 동안 특정 멤버가 구설에 올라 문제가 되기도 했고 각자 개인 활동에 매진하고 입대 등의 이유 등으로 팀 활동을 하지 못했던 기간도 있었다. 그 시기에도 이 팀은 멤버 간의 의리와 우정을 내세우며 '함께 간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멤버들도 개별 활동을 하며 각자 성패를 고루 맛봤는데, 결과적으로 신화라는 그룹 활동을 이어온 덕에 연예계에서 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다섯 명의 멤버가 20년을 함께 하며 팀을 유지한다는 건 단순히 비즈니스 마인드만 가지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이 팀이 참 대단하다.

최근 신화는 20주년을 기념해 스페셜 앨범 '하트 HEART'를 발매했으며, 지난 10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서울 올림픽 체조 경기장에서 콘서트도 무사히 마쳤다. 이민우-에릭-김동완-전진-신혜성-앤디 등 여섯 명의 정규 멤버가 함께 했다.

젝스키스
젝스키스

# H.O.T-젝스키스, 같은 날 콘서트 개최

전성기에 가요계 인기를 절반으로 나눠가졌다고 일컬어지는 두 그룹, H.O.T와 젝스키스는 지난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나란히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H.O.T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젝스키스는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진행했다. 전성기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두 그룹의 콘서트 맞대결이 2018년 10월에 이뤄져 화제가 됐다.

콘서트를 열기까지 두 그룹 모두 난관이 있었다. H.O.T는 그룹명 사용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다. H.O.T라는 타이틀의 상표권을 가진 씽엔터테인먼트 측이 타이틀 사용과 관련해 합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공연기획사에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문제가 됐다. 결국 이번 콘서트 전체 타이틀이 바뀌어 H.O.T라는 그룹명 대신 이 그룹명을 풀어 쓴 'High-five of Teenagers'를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논란과 무관하게 강타-문희준-장우혁-토니안-이재원 다섯 멤버가 함께 무대에 올라 기대에 부응했으며 이틀치 티켓 8만장을 매진시키는 등 놀라운 인기를 증명했다.

잭스키스는 멤버 중 메인 보컬 강성 훈이 사기-횡령 혐의 및 전 매니저와의 송사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결국 콘서트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강성 훈은 개별 활동 중에도 수차례 유사한 내용으로 구설에 올랐던 멤버다. 강성훈 본인이 자필 사과문까지 공개하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감성에 호소하는 차원에 그쳐 논란만 더욱 커졌다. 결국 젝스키스는 강성훈을 제외하고 은지원-이재진-김재덕-장수원 등 네 명의 멤버만 무대에 올랐다. 강성훈의 보컬 파트는 은지원-김재덕-장수원이 나눠 불렀다. 이미 기존 멤버 장수원이 빠진 상태에서 5인 체제로 재결성됐는데 강성훈까지 빠져 사실상 불완전한 상태의 그룹이 됐다. 익숙한 강성훈의 목소리로 젝스키스의 원곡을 들려주지 못한다는 건 이 팀의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성훈 없이 4인 체제로 공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향후 젝스키스가 또 다른 형태로 살아남을 가능성을 보여주긴 했다.

god
god

# god, 17년 만에 완전체 방송활동

사실 god는 공식적으로 그룹 해체를 인정한 적이 없다. 윤계상이 연기활동을 이유로 팀에서 탈퇴한 후에도 네 명의 멤버 만으로 7집 음반을 내고 콘서트를 열었으며, 이후 해체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레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2014년 데뷔 15주년을 맞아 윤계상을 포함해 박준형-데니안-손호영-김태우 다섯 멤버 전원이 모여 팀을 재정비한 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1월 30일부터 12월 2일까지 20주년 기념 콘서트가 예정된 상태다.

콘서트를 준비하던 god는 무대에 앞서 '같이 걸을까'에 전 멤버가 동반 출연하며 안방극장에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지난 11일에 첫방송된 '같이 걸을까'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god 다섯 멤버의 모습을 보여준다. 과거 god라는 팀의 인지도를 높여준 예능 '육아일기' 이후 17년 만에 전 멤버가 함께 출연하는 첫 예능이다. 최근 디지털 콘텐트 '와썹맨'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박준형과 배우로 입지를 탄탄하게 굳힌 윤계상이 함께 하면서 한 자리에서 보기 드문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