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주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외과)

"유방에 혹이 만져져요."
4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 아프지는 않은데 며칠 전부터 유방에 혹이 만져진다면서 병원을 찾아왔다. 진찰을 해보니 우측 유방에 제법 큰 딱딱한 혹이 만져졌고 겨드랑이에서도 혹이 만져졌다. 예전에 유방 검사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상당히 오랫동안 혹이 있어도 모르고 지내왔을 가능성이 있었다. 곧바로 유방촬영술과 유방초음파 검사를 시행했고, 악성 종양이 의심되었다. 조직검사 결과 만져지던 혹은 유방암 3기로 진단되었다.
아쉬움이 컸다. 유방암이 0기~1기 사이에 발견될 확률은 1996년 23.8%에서 2010년 52.5%로 매년 증가하고 있고, 유방암을 1~2기 사이에 발견하고 치료할 경우 완치(5년 생존율)될 가능성이 무려 90%를 넘기 때문이다.
정영주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외과)는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전체 암 중 갑상선암에 이어 두 번째로 흔한 질환"이라면서 "2015년 기준 전체 유방암 환자 발생수는 전체 여성암의 18.9%에 이른다"고 말했다.

◆ 젊은 환자, 미국보다 4배나 많다
유방암은 유방 조직 중 유즙(젖)을 생성하는 유엽과 유즙이 분비되는 유관의 세포에서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 유관의 상피세포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유방암 환자는 매년 10% 정도씩 늘어나 증가속도 면에서 세계평균의 20배에 달한다.
또 한국의 유방암 발생은 다른 나라들과 좀 다른 특성이 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 발생은 폐경이 오는 50대부터 증가해 60~70대에 최고조에 달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40대 유방암 환자가 가장 많다. 40대가 전체 유방암 환자의 37%를 차지하고, 20~30대도 14%나 된다. 미국과 대비할 때 젊은층 비율이 4배나 더 많다.
유방암은 한 가지 원인보다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 호르몬의 영향, 유전적 요인, 환경적인 요인, 그리고 식생활 습관 등이 유방암의 발생에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우리나라에서 젊은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 비율이 높은 것은 고령층에 비해 고지방질의 서구식 음식을 더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밖에 ▷비만증가 ▷출산기피 ▷모유수유 기피 ▷발육과 영양상태(초경이 빨라지고 폐경이 늦어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유방의 직접적인 자극 요인이다. 빠른 초경, 늦은 폐경, 적은 임신 및 출산 횟수, 짧은 모유 수유기간 등은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져 유방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경구피임제와 복합 여성호르몬제제의 복용 역시 유방암 위험 인자이다. 또한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으면 유방암의 위험도가 높고, 유전되는 유방암 유전자인 BRCA1과 BRCA2 유전자가 돌연변이일 경우 유방암에 걸릴 위험도는 36~87% 정도로 보고되어 있다. 과다한 음주도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 자가진단은 필수사항이다
유방암의 증상은 멍울, 피부함몰, 유두함몰, 혈성분비, 유두미란, 궤양, 발적·부종, 액와부(겨드랑이) 림프절 비대 등을 꼽을 수 있다. 문제는 초기단계에선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멍울은 1cm 정도 자라면 손으로 만져지고 대부분 통증은 없다. 멍울이 계속 자라면 외부에서 볼 수 있고, 이차적으로 피부와 유두의 변형을 초래한다. 유방암 종양이 유관을 침범했거나 유관에서 종양이 발생했을 경우 유두분비가 나타난다. 그러나 유두분비가 있다고 해서 지레 유방암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유두분비 환자의 5~10% 정도만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유방암 초기단계에서 별다른 증상이 없는 만큼 '자가검진'이 중요하다. 유방암 자가검진은 월경 후 바로(월경이 없는 여성의 경우는 일정한 날을 정해) 하는 것이 좋다. 거울 앞에서, 샤워실에서, 편안히 누워서 조금만 신경 쓰면 별로 어렵지 않게 자가검진을 할 수 있다. <관련 그래픽 참조>
유방암의 진단은 임상진찰과 영상검사 및 조직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유방촬영술은 유방암 검진의 가장 기본적인 검사법이다. 유방의 종양(혹)과 유방 내 미세석회화를 찾아내는데 유용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여성의 유방은 지방조직이 적은 대신 유선조직이 촘촘한 치밀유방인 경우가 많아 유방촬영술 만으로는 유방 전체가 하얗게 보여 암 덩어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유방초음파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방촬영술 및 유방초음파 상에서 암이 의심되는 병변이 있으면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유방암 여부를 확진한다.
◆ 정기검진으로 유방암을 정복하자
유방암의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와 수술 전·후 보조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수술적 치료로는 유방 전체를 제거하는 유방전절제술과 암을 포함하여 유방의 일부만을 절제하고 나머지 유방 조직은 남기는 유방보존술이 있다.
또한 액와부(겨드랑이) 림프절의 전이 여부에 따라 액와부 림프절 곽청술(절제술) 또는 감시림프절(유방 내의 암으로부터 처음으로 전이될 수 있는 림프절) 생검을 함께 시행한다. 최근에는 유방 절제술 후 유방을 복원하기 위해 유방전절제술 후 유방재건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다.
유방암 환자의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 보조치료를 시행한다. 국소요법인 방사선치료와 전신요법인 항암화학요법(항암치료), 항호르몬요법, 표적치료 등이 있다.
정영주 교수는 "유방암을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유방암의 예방도 중요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유방 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도움말 정영주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수(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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