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석포제련소 시리즈 <상> 1,300만 영남인의 젖줄 낙동강, 그 상류에 있는 영풍석포제련소

입력 2018-10-16 18:34:06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영풍석포제련소가 낮에는 증기 배출을 줄이고 밤에는 증기 배출을 늘리는 등 꼼수 운영을 하고 있다며 공장 폐쇄와 이전만이 해갤책이라고 주장했다. 영풍공대위 제공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영풍석포제련소가 낮에는 증기 배출을 줄이고 밤에는 증기 배출을 늘리는 등 꼼수 운영을 하고 있다며 공장 폐쇄와 이전만이 해갤책이라고 주장했다. 영풍공대위 제공

경상도와 강원도의 경계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의 한 두메산골. 1천300만 영남인의 젖줄인 낙동강은 이 마을에서 시작해 굽이굽이 1천300리 길을 흐른다. 하지만 이 마을은 항상 자욱한 연기에 쌓여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연기를 '영풍의 안개'라 부르며 여기에 자리하고 있는 영풍석포제련소를 '낙동강의 살생자'로 규정하고 있다. 한 국회의원도 "낙동강 수계 주민1천300만 명은 머리에 독극물을 이고 산다"는 말로 영풍석포제련소 환경오염을 경계하기도 했다.

◆흰 연기 가득한 영풍석포제련소

13일 찾은 봉화군 석포면 영풍석포제련소.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제련소의 대형 굴뚝에선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다. 제1공장 인근은 폐허를 방불케했다.

제련소 연기가 머물다간 인근 야산은 불에 탄 것처럼 말라비틀어진 나무들만 가득했다. 일부는 녹색을 띠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생명이 깃든 나무와 풀이 아닌 인조잔디매트였다. 공장 곳곳에는 이렇게 치부를 감추려는 듯한 인공의 흔적이 발견됐다.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야산은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고사한 나무들이 한 가득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봉화 영풍석포제련소 주변 야산은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고사한 나무들이 한 가득이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영풍석포제련소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영풍공대위)에 따르면 굴뚝 연기는 위험하다고 했다. 제련소에서는 아연을 뽑아내기 위해 뜨거운 물을 붓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가 연기에 포함돼 있다는 게 영풍공대위의 주장이다. 특히 아연 제련 공정에서 발생하는 황·질소산화물이 대기는 물론 토양에 스며들고, 폐수처리시설에선 비소,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방류돼 하천에 유입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정수근 영풍공대위 공동위원장은 "낮에는 외부인의 방문이 있을 수 있어 그나마 연기를 덜 내 보낸다"며 "하지만 새벽녘이면 석포리는 제련소에서 뿜어내는 연기로 항상 안개낀 마을처럼 연기에 가려져 있다"고 했다.

봉화군 석포면 영풍제련소 제2공장 인근 하천이 붉은색 물질들로 물들어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물질이 제련소에서 유출된 중금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봉화군 석포면 영풍제련소 제2공장 인근 하천이 붉은색 물질들로 물들어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물질이 제련소에서 유출된 중금속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안동호의 참극, 물고기와 철새 집단 폐사

안동호는 우리나라 인공 호수 가운데 크기가 두 번째다. 이런 안동호에서 물고기 집단 폐사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영풍석포제련소와 연화광산 등 낙동강 최상류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들이 이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물이 빠진 호수 주변의 퇴적토에서는 시큼한 냄새와 함께 검붉은 침출수가 스며나와 강물로 흘러든다.

봉화영풍석포제련소와 연화광산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쌓이는 안동호에서는 매년 물고기 집단 폐사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진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제공
봉화영풍석포제련소와 연화광산에서 내려온 퇴적물이 쌓이는 안동호에서는 매년 물고기 집단 폐사가 연례행사처럼 벌어진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제공

지난해 여름엔 안동호 상류에서 수천 마리의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잦았다. 이때 수거된 어류 폐사체만 2만 마리가 넘는다.

물고기를 먹고 사는 왜가리와 백로 등 철새들 역시 해마다 수백 마리가 죽고 있다. 4월부터 날아온 쇠백로도 이유없이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이태규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여름까지 수거한 철새 사체만 500마리가 넘는다. 호수 주변 풀숲에서는 숨진 고라니와 너구리 등도 확인된다고 했다.

회원들은 이런 집단폐사의 원인은 영풍석포제련소 등 낙동강 상류서 발생하는 중금속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철새 군란지에서는 매년 물고기 집단 폐사와 같은 왜가리와 백로 폐사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제공
안동시 와룡면 오천리 철새 군란지에서는 매년 물고기 집단 폐사와 같은 왜가리와 백로 폐사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제공

실제로 2016년 6월 안동호를 방문한 일본 도쿄농공대 와타나베 이즈미 교수는 안동호 주변 퇴적물과 폐사한 물고기에서 고농도 중금속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진행한 수생태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갈겨니와 쉬리의 카드뮴 농도는 ㎏당 1.24㎎, 1.37㎎으로 수산물 중금속 기준(0.1㎎)보다 12~13배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태규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회장은 "안동댐 하류지역 40㎞ 지점까지 물고기와 조개가 다 사라졌다"며 "이런 호숫물을 1천300만 영남인은 상수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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