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남주' 실장 시대 가고 본부장 시대?…뷰티 인사이드 서도재(이민기), 하나뿐인 내편 왕대륙(이장우)

입력 2018-10-15 10:03:57 수정 2018-10-15 14:06:13

드라마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의 이민기(왼쪽)와 서현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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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하나뿐인 내편'의 이장우(왼쪽)와 유이. KBS

과거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대세 직함은 '실장'이었다. 그런데 요즘 실장 대신 '본부장'이 드라마 남자 주인공의 주요 직함으로 떠올랐다. 보통 본부장은 실장보다 높은 직함이다. 단, 비서실장 등 몇몇 특수한 실장의 경우 본부장과 동급이거나 더 상위 직급인 조직도 있기는 하다. 아무튼.

9월 15일부터 방영중인 KBS '하나뿐인 내편'의 왕대륙(이장우 분) 봄앤푸드 본부장, 10월 1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JTBC '뷰티 인사이드'의 서도재(이민기 분) 선호그룹 티로드항공 본부장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실장에서 본부장으로 드라마 남자 주인공 대세 직함이 바뀐지는 시간이 꽤 흘렀다. '보스를 지켜라'의 영웅재중과 지성, '여인의 향기'의 이동욱, '달콤한 원수'의 최선호 등이 그랬다. 최근 '복면가왕'에 출연해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힌 고세원도 '연속극 훈남 본부장'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바 있다.

실장님 시대를 열었던 드라마
실장님 시대를 열었던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2001)의 이병헌(왼쪽)과 최지우. SBS

◆최지우 명대사 "실땅님~", 이 드라마 기억하십니까?

"대부분... 드라마에서 보면,, 여자 주인공의 회사 실장님이 꼭 그 여자 주인공을 좋아하던데.
음.. 예전..드라마이름은 생각안나지만,,최지우랑 이병헌도 그랬구, 이번 옥탑방고양이도 이현우가 실장님이구.. 왜 사장님, 부장님등,, 다른 직책을 놔두고 왜 굳이 실장님일까요? ^ ^"

2003년 7월 9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한 게시글이다. 글에서 언급한 최지우와 이병헌이 그랬던 드라마는 바로 SBS '아름다운 날들'(2001)이다. 이민철(이병헌 분) 실장을 김연수(최지우 분)가 '혀 짧은 소리'로 "실장님(실땅님)"이라고 불러 유행한 바 있다. 이후 '실장님 신드롬'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는 분석이다. 여러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의 직함으로 실장이 선택됐다.

왜 그랬을까?

해당 네이버 지식인 게시글에 대한 답변 가운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답변이 있다.

"사장은 재력이 아주 강하고 권위적인 느낌이고
부장은 왠지 늙은 느낌이 들죠..-_-
실제로 어느정도 연차가 있어야 부장을 하는 것이고..
때문에 젊은 느낌의 <실장>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재력도 어느정도 있으면서 젊은.."

◆고속 승진한 오너 3세 시대, 드라마에도 반영돼

실장보다 높은 직책인 본부장을 20~40대의 젊은 남자 배우들이 맡게 된 것은,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이 잇따라 오너 3세 경영에 돌입한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1세대가 일선에서 은퇴했거나 은퇴 수순을 밟고 있고, 2세대 역시 비슷한 수순을 거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젊은 3세대가 '아버지 회사' 입사 후 사원에서 임원급으로 고속 승진하는 사례가 수년 전부터 속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방영 전후 시기에 사원→실장 승진을 거친데 이어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등의 직함을 단 상황이다. 이들 임원급 직함을 통틀어 '본부장'이라고 지칭할 수 있고, 이게 드라마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풀이다.

즉, 사원→실장→본부장. 이렇게 3단계로 줄여서 승진 경로를 봐도 무방하다. 현실이든 드라마든, 2000년대 초 실장 시대를 지나 지금은 본부장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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