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제2의 삶… 숲 해설가로 변신해 볼까
수명이 늘어 100세 시대가 됐다. 은퇴한 후에도 40년을 더 산다는 얘기다. 이제는 '제2의 일자리', '인생 2모작'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그런데 새로운 인생 설계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생각하면 막막하다. 인생 2막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은퇴 후에도 열정적으로 즐겁게 살고 있는 시니어를 소개한다.
◆자연과 벗삼는 최고의 직업
서수형(64) 씨는 2년 전부터 숲해설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숲 해설가는 숲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숲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를 통해서 그냥 풀이나 나무가 있는 숲이 아니라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숲을 볼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림교육 전문가이다.
30년 가까이 회사원으로 근무하던 그가 은퇴 후 새로 얻게 된 '제2의 직업'이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숲 속에서 일할 수 있으니 더욱 멋진 일이 아니냐"며 환하게 웃었다.
서 해설가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인생 2막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숲에서 손주 같은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과 교감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을 하면서 건강과 취미를 모두 얻었다"면서 "숲에서 아이들과 놀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 해설가는 현재 팔공산자연공원관리사무소에서 숲해설가로 근무 중이다. 숲해설은 유아에서부터 학생, 가족 단위로 오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유치부 아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숲 해설을 눈높이에 맞게 해 주고 있다. "아이들에게 나무, 풀, 꽃 이름을 설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숲에서 노는 것을 가르친다. 아까시나무 꽃의 꿀맛을 보여주고 강아지풀로 토끼모양을 만들며 감각기관 (시각,후각, 청각, 미각, 촉각)을 일깨워 숲과 친하게 노는 법을 가르쳐준다"며 "아이들에게 숲을 많이 접하게 하면 그만큼 좋은 기억들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숲속에 사니 성격도 느긋해져
2007년 은퇴한 서 해설가는 처음 부동산중개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자격증은 땄지만 흥미가 나지 않았다. 나무, 풀, 약초 등을 공부하다 숲해설가양성교육과정에 문을 두드렸다. 교육을 받는 과정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갖가지 나무와 풀의 이름, 특징 등 모든 것을 익혀야 했다. 나무 이름을 하나 익히고 나서 뒤돌아서면 잊어버렸다. 꽃이 피면 분명히 알 것 같은데 꽃만 지고 나면 무슨 나무였는지 몰라 헤맸던 적도 있었다. "자연이라는 게 참 오묘합니다. 같은 나무라고 해도 도시 한가운데 가로수에 심어진 나무와 숲에서 자라는 나무는 그 모양이 확연히 다릅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인데 제가 제대로 모르면 아이들도 잘못된 사실을 배우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서 해설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를 한다. 주5일 근무로 가끔 주말이나 휴일에 일하는 날도 있다. 서 해설가는 아이들의 숲 속 체험 프로그램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나 교구를 직접 제작한다. 동료와 함께 더 좋은 지도안이나 교재를 연구하고 손수 나무를 톱으로 썰고 그림을 그려가며 교구를 마련하기도 한다. "한번 해설을 나가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어제는 봉오리만 져 있던 꽃이 오늘은 활짝 펴 있기도 하고 어제는 잔뜩 쌓여있던 나뭇잎이 오늘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철저히 공부하고 나갑니다."
서 해설가는 숲해설가를 하면서 습관이 하나 생겼다고 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 등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냥 직업병 같은 병…"
좋은 것 하나 더 있다고 했다. "제가 성격이 좀 급한 편인데 자연과 벗하고 사니 느긋해져 아내가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서 해설가는 마지막으로 마음에 와 닿는 시라며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을 읊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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