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초록세상이다. 다가오지 않을 것 같은 초하(初夏)가 막 눈앞에 어른거리며 잡히기 시작했다.
지금껏 내 글쓰기는 감성이 아닌 팩트(事實)속에 갇혀 있었다. 팩트란 주관성과 감수성 쪽이라기보다는 객관성과 논리성의 편이 아니던가. 팩트의 우산 속에서 밖을 쳐다보지도 쳐다봐서도 안 되는 줄 알고 살아온 것 같다. 팩트 밖은 늘 불안하고 위험한 곳으로 여겨왔다. 마치 나의 작은 우주요 나의 따뜻한 안식처로 여기며 오래 그곳에 머물렀다.
학창시절에는 가끔씩 팩트를 넘어서고 싶은 생각들이 나를 꼬드기며 부추긴 적도 있었다. 그 때마다 수절하는 심정으로 허벅지를 찔렸던 기억이 오롯이 떠오른다. 문학적 DNA를 찾지 않고 걷어찬 셈이다. 그땐 그랬다.
간만에 어둡고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팩트 밖의 새로운 세상을 봤기 때문이다. 밝고 찬란하다. 좁고 얇은 속박의 틀을 벗어나니 새로운 신세계가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온 몸으로 느껴진다.
이젠 내 눈 앞에 펼쳐지는 싱그러운 세상, 내 가슴으로 느껴지는 상큼한 세상을 마음껏 누리고 싶다. 누구의 것을 흉내 내고 싶지 않다. 내 느낌과 감성을 그저 글로 토해내고 싶다.
어쭙잖은 글을 예쁜 시선으로 봐준 '매일신문'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인생 2모작에 빛나는 디딤돌이 되어주었으니 말이다.「수필과 지성 」글벗들이 생각난다.
새롭게 펼쳐지는 이 길이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임을 절감한다. 전도양양하게 걸어갈 것이다. 새로운 길을 내고 닦는 심정으로 말이다.
하안거(夏安倨)로 축 쳐진 어깨에 새로운 서광이 비춰짐이 느껴진다. 내 글쓰기도 창밖의 신록처럼 푸르름이 가득 돋아나길 떨리는 가슴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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