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집행관 금품·향응 의혹 수사 1년 가까이 지지부진

입력 2018-10-12 05:00:00

금품 제공 의혹 용역업체는 여전히 법원 협력업체로 일해…집행관 제도 개선 목소리도

용역업체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법원 집행관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지지부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지 1년이 되도록 수사가 답보 상태인데다, 경찰 조사를 받았던 용역업체는 여전히 법원 협력업체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대구지법 집행관과 사무원이 업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용역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법원 내 집행관 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집행관 1명과 사무원 4명을 입건했다.

법원 집행관은 법원 판결에 따라 채무자의 재산을 압류해 채권자에게 인도하는 강제집행 업무를 담당한다. 일부 직원과 유착 의혹이 제기됐던 용역업체는 법원 집행관사무소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경비용역업체 6곳 중 하나로, 집행 인력을 조달하고 압류한 재산을 보관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문제는 경찰 수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해당 용역업체가 여전히 법원 협력업체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 집행관사무소는 관련 직원들을 집행 업무에서 배제했지만, 문제가 된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업체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아 다들 의아해하고 있다"며 "성실하게 운영한 업체들만 손해보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법원 집행관사무소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업체를 업무에서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집행관 사무소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늦어지면서 집행관 사무소가 오히려 불필요한 오해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수사가 조금씩 지연됐다. 제기된 여러 의혹 가운데 몇 가지 혐의는 조만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5년 간 신규 임용된 집행관 10명 중 9명은 법원·검찰직 고위 공무원이고, 절반 가량이 자신이 근무했던 법원의 집행관으로 임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원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보니 최근 5년간 임용된 법원 집행관 612명 가운데 577명(94.28%)이 4급 이상 법원·검찰직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임용 집행관 중 자신이 근무하던 법원에 임용된 집행관도 273명으로 44.6%에 달했다.

송 의원은 "법원 집행관 자리가 법원, 검찰 출신 4급 이상 공무원의 신규 일자리로 변질되고 있다"며 "유착 관계를 근절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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