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여성 기업인의 절규 "80여명 식구들 생계가 걸렸어요"

입력 2018-10-10 17:23:45 수정 2018-10-11 19:11:20

태풍 콩레이 10억대 침수 피해 영덕식품 서혜영 대표
전량 수출 20년, 함께 일한 고령 근로자들과 동고동락
"뒷산 산사태·침수 재발방지와 공장 정상화 지원 간절해"

10일 오후 영덕식품 서혜영 대표가 수해 피해를 입어 출하를 못하게 된 식품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10일 오후 영덕식품 서혜영 대표가 수해 피해를 입어 출하를 못하게 된 식품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80여 명의 근로자 중 70% 이상이 20년 동안 함께 일했던 고령의 할머니들입니다. 가족 같은 이 분들은 공장이 정상화 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습니다."

지난 6일 태풍 콩레이가 몰고 온 물폭탄에 큰 피해를 입은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식품가공업체 영덕식품 서혜영(60) 대표는 망연자실했다.

당시 공장 인근 오십천이 범람해 공장을 공장을 침습했고, 뒤편 산에서 토사가 덮쳤다. 서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물이 목까지 차올랐던 공장에서 겨우 빠져 나왔다.

10일 기자가 공장을 찾았을 때 서 대표는 직원들과 사무실, 공장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물이 빠지고 그나마 젊은 직원들과 함께 복구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공장 피해 소식에) 80세가 넘으신 할머니가 택시 타고 오셔서 '오늘 일당은 안 받아도 되니 공장복구에 동참하겠다'고 하셨어요. 이런 분들과 저는 끝까지 함께 가고 싶습니다."

25년 전 남편을 따라 영덕에 온 서 대표는 1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남편이 운영하던 공장을 혼자 꾸려나가고 있다. 한때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정도로 회사를 키웠고 여기에는 함께 일하는 할머니 근로자들과의 끈끈한 유대가 큰 힘이 됐다.

영덕식품은 이번 태풍에 공장 뒤편 산사태로 부근의 식품공업체들보다 피해가 컸다.

서 대표는 일본 수출을 기다리던 게살 가공품 절반 가량을 쓰레기로 실어냈다. 물에 잠긴 가공설비와 기계, 자동차 등도 정비하고 있지만 어느 만큼 쓸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서 대표는 도움을 요청했다. 80여 명의 공장 식구들과 결별하지 않고 싶지 않아서다.

최근 들어 홍게 어획량이 줄고 가격 또한 급등, 수출이 예전 같지 않은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압박이 심했다. 하지만 서 대표는 정년이 훨씬 지난 고령의 근로자들을 한 명도 내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저 한 몸이라면 이러지 않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는 공장 식구들을 볼 때면 포기하고 싶다가도 다시 힘을 냅니다.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일자리를 먼저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피해 주민들이 많지만 우리 공장과 직원들도 주민입니다. 저희들도 좀 돌아봐 주세요."

영덕식품은 경북동부첨단기업협회에 가입된 알짜기업이다. 2003년에는 경상북도 농수산물수출 유공 수출탑을 받았고 2013년 성실남세 국세청장 표창, 2014년 중소기업청이 인정한 경영혁신 중소기업 인증, 2016년 경상북도 수출우수기업 지정과 고용증진대상, 2017년에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 등 각종 상과 인증을 자랑한다.

6일 오전 태풍 콩레이가 지나며 뿌리 폭우로 공장이 갑자기 잠기자 영덕식품 근로자들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영덕식품 제공
6일 오전 태풍 콩레이가 지나며 뿌리 폭우로 공장이 갑자기 잠기자 영덕식품 근로자들이 보트를 타고 대피하고 있다. 영덕식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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