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 건강클리닉]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입력 2018-10-09 11:44:05 수정 2018-10-10 11:21:29

우동화 올곧은병원 병원장

우동화 올곧은병원 병원장
우동화 올곧은병원 병원장

몇해 전 30대 건강한 남성이 허리와 서혜부(좌우 대퇴부 밑에 있는 하복부의 삼각형 모양 부분) 근처가 아파 다른 병원을 다녀봤지만 좋아지지가 않는다며 찾아온 적이 있었다. 별다른 과거력은 없었고 처음 X-선 검사상에서도 특이할 만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는 의사의 감(?)이랄까?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자주 병원을 나와 검사하고 진찰할 것을 권하고 약을 처방하여 주었다.

내원 몇 달 후, 증상은 좋아졌다고 하였으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다시 X-선 검사를 실시하였다. 이날의 결과 역시 예전 사진과 비교하여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필자의 경험상 증상이 계속적으로 있기 때문에 MRI촬영을 어렵게 설득하였다.

바라지 않았던 그 결과가 MRI상 진단 되었다. 그동안 무수히 보아왔고 배우고 치료해왔던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이 양쪽으로 와 있었던 것이었다.

골괴사증은 무혈성 괴사, 허혈성 괴사 및 무균성 괴사로 불리기도 하며 고관절의 대퇴골두에 발생하는 괴사증이 흔한편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추정 환자수는 1만4천명에 달하며 유병율은 인구 10만명당 29명 정도이다. 또 양측 고관절을 침범하는 경우가 60~80%에 달한다.

대퇴골두의 골괴사증은 골두로의 혈행이 차단되거나 부족하여 생기는 것으로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고관절주위 골절과 같은 외상이나 알코올 섭취, 장기간 스테로이드제 사용, 잠수병과 같은 내과적 질환 등이 그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확진 환자의 평균 연령이 51.8세(30~59세에 발병이 많음)이고 남자가 77.7%가량 차지한다. 이 골괴사는 단계별로 진행한다. 고관절 통증은 전형적인 첫 증상으로 사타구니와 엉덩이에서 통증을 느낄 수 있으며 통증이 더 심한 날도 있고 덜해지는 날도 있는 특징이 있다. 병변이 진행하면 움직일때 통증이 발생하며 무게를 지탱하기가 힘들어지고 말기에 이르면 관절염이 진행하게 되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병의 경과가 좋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이 청년에게도 병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고 치료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청년은 수심이 가득찬 얼굴을 보였고 이것저것 질문을 하다가 체념하듯이 진료실 문을 열고 나갔다. 청년의 힘없는 뒷모습을 보는 순간, 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안타까움과 뭔가 모를 설명할 수 없는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질환에 대해 이제까지 그냥 무감각하게 설명만 하였을뿐, 병을 안고 가야하는 것은 이 청년의 몫인데 그런 점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환자의 입장에 서지 못하고 희망이 아닌 절망을 쉽게 말해버렸다.

많은 질환들이 있고 또 많은 환자들이 있다. 그와 더불어 많은 병원이 있고 많은 의사가 있다. 질환만을 바라보는 의사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의사가 되겠다는 초심을 너무 오래 잊고 산 것 같다.

우동화 올곧은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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